최근 서울대 총장은 ‘SKY 대학(서울대ㆍ고려대ㆍ연세대)’이 과다한 숫자의 졸업생들을 배출하며 이들이 사회의 요직을 독차지하는 있음을 우려하는 발언을 했다.
또한 형평성이나 양질의 교육을 위해 서울대의 입학 정원을 3,200명에서 2,500명 정도로 줄였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미국의 상위 10개 대학은 총 졸업생이 매년 1만 여명에 불과한데 한국에서는 SKY대학에서만 1만 5,000여 명의 졸업생이 배출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의 인구는 한국의 약 5.8배인 만큼 최소한 미국의 상위 20개 대학 정도와 비교해야 형평성이 있다. 미국의 상위 20개 대학의 졸업생 수는 매년 수만 명에 이른다. 연구 중심의 주립대학으로 유명한 버클리대는 7,390명, 아이비리그 대학인 코넬대는 3,577명의 학사를 지난 1년 동안 배출했다.
●학벌해결은 의식이 변해야
물론 서울대의 고충을 모르는 바도 아니다. 주어진 예산은 빠듯한데 학생은 많고, 일부에서는 국민정서에 근거한 ‘쏠림의 저주’를 내뱉기도 한다.
하지만 정원을 줄인다고 모든 문제가 해소되고 학벌 사회가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너무나 단순한 생각이다.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연세대나 고려대가 정원 축소에 쉽게 응할지도 의문이다. 학벌 사회의 문제는 SKY대학의 졸업생 숫자가 아니라 사회의 의식구조에 있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경영대학원 연구 결과에 의하면 미국 100대 기업의 임원 중 아이비리그 졸업생의 비율이 지난 20년 동안 약 30%가 줄었다. 1980년에 14%이던 것이 2001년에 10%가 된 반면, 주립대학 졸업생은 32%에서 48%로 늘었다. 아이비리그 8개 대학 졸업생 수는 미국 전체 4년제 대학 졸업생의 1%가 채 안 된다.
하지만 아이비리그 입학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졸업생들의 자질이 예전에 비해 높아지고 있음을 고려할 때 연구결과는 이례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연구 책임자는 기업들이 더는 대학 간판에 의존하지 않고 개인의 자질을 보고 사원을 뽑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러한 변화에는 아이비리그 졸업생 자신들이 한 몫을 했다. 엘리트 의식에 젖어 동료와 잘 어울리지 못하며 봉급을 무리하게 요구한다는 불평이 흘러나왔다.
이제는 아이비리그 출신이 아니더라도 능력을 발휘하며 기업에 공헌할 수 있는 인력을 찾는 것도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은 SKY대학 출신들을 과연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하다. 학연에 의한 끌어주기와 밀어주기를 감당하기에는 급변하는 기업 환경 속에서 생존이 너무나 절박하다.
경제계보다 ‘엘리트의 인해전술’이 더 우려되는 공직사회에서도 변화의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한 예로 최근 여성들이 공직사회에 많이 진출하고 있다. 올해 외무고시 합격자 중 절반이 여성이며 사법고시나 행정고시도 과거보다 월등히 높은 비율의 여성들이 합격했다. 장차 고위직의 상당수가 여성들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은 양질의 교육이 우선
비록 변화의 속도는 느리지만 학벌보다는 개인의 자질에 의한 엘리트 대접은 피할 수 없는 대세이다. 하지만 우리의 현재 사정을 감안한다면 SKY대학의 정원을 줄이자는 것은 짧은 이불을 덮고 자는 키다리와 같다. 학벌이 아닌 개인의 자질에 의한 경쟁이 정착될 때까지는 SKY대학의 정원을 줄이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학벌에 의한 엘리트 그룹은 존재하게 마련이다.
서울대의 정원 감축도 중요하겠지만 우리 사회에서 서울대의 역할이 무엇인가에 관한 논의가 우선되어야 한다. 가장 우수한 교수진과 연구 능력을 갖춘 서울대가 더욱 많은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 기회를 제공해야 하고, 사회에서 인기없는 전공일수록 더 관심을 가져야 함은 지극히 당연하다. 교육은 교육의 논리로 풀어야 한다.
김민숙 미국 로드아일랜드주립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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