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은 3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모든 국민의 정신감정을 주장했다. 소설가 현진건의 눈에 일제 시대가 ‘술 권하는 사회’로 보였다면, 공 의원의 눈에는 요즘이 ‘정신감정 권하는 사회’로 보이는 모양이다.
공 의원은 “국민 세 명 중 한 명은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정신이상이 올 수도 있다”면서 “문제는 현 정권의 정신 건강”이라고 했다. 현 정권이 과거에 계속 머무르는 피터팬 증후군을 보이고, 비판을 용납 못하는 비판공포증에 걸려있다고 했다.
자신의 잘못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투사(投射)심리도 강하다, 4ㆍ30 재보선에 지자 엉뚱하게 연정론을 내놓는 퇴행 심리도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 의원은 “대통령에 대한 정신건강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대통령 정신건강 모니터링제’ 도입을 제안했다.
공 의원은 ‘대통령에 대해 정신감정을 하자’는 주장이 실현가능하다고 생각해 이를 제안했을까. 현실성이 없음은 공 의원이 더 잘 알지 않을까. 대통령의 정신건강을 걱정해주는 척 하면서 집권세력의 정신상태가 비정상적이라고 폄하하려는 치졸한 정치공세에 지나지 않아보인다.
아무리 노무현 대통령이 마음에 안 들고 현 정부가 하는 일이 잘못됐다고 해도 국가 지도자를 ‘정신병’과 결부시키는 것은 상식에도 맞지 않고 무례하기 이를 데 없다. 정부를 비판하는 것도 정도껏 해야 한다. 비유도 적절해야 웃음이 나온다. 이 정도면 쓴 웃음도 나오지 않는다.
공 의원의 대정부질문은 여야의 쓸데없는 감정 싸움만 불러일으켜 정치권을 어지럽히고 결과적으로 국민정신 건강에 악영향만 끼칠 뿐이다. 이런 질문을 보자니 머리가 어지러워 진짜 정신 감정이나 받아봐야 겠다.
이동훈 정치부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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