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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기자의 씨네 다이어리/ '쌈마이 영화'와 스크린쿼터 축소

입력
2006.02.27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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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는 ‘쌈마이’라는 말이 있다. 일본 가부키(歌舞伎)에서 조연 배우를 의미할 때 사용하는 ‘삼마이메’(三枚目)라는 용어에서 연유한 말로, 삼류영화나 삼류배우를 뜻한다. 최근 ‘쌈마이’의 대명사는 ‘조폭 코미디’ 영화다.

조폭 코미디는 1997년 ‘넘버 3’를 시작으로 ‘조폭 마누라’(2001)가 대박을 터트리면서 한국영화의 한 장르로 자리를 잡았다. “조직 폭력배라는 사회 암적 집단의 악랄한 행태를 웃음으로 변형해 돈을 번다”는 의식 있는 사람들의 온당한 지적이 있지만 조폭 코미디의 흥행성적만은 여전히 삼류가 아니다.

지난해 ‘가문의 위기: 가문의 영광2’는 564만명을 극장으로 불러들였고, 상영중인 ‘투사부일체’는 582만명(14일 현재)을 끌어모아 600만 관객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역대 한국 영화 흥행 순위를 보면 두 영화는 당당하게 9위와 8위를 차지하고 있다.

일류급의 흥행 성과를 거두면서 이들 ‘쌈마이’ 영화는 ‘뜻하지 않게’도 스크린쿼터축소 논쟁의 한 가운데 서게 됐다. 스크린쿼터 축소를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은 “쓰레기 같은 조폭 코미디의 상영을 위해 스크린쿼터를 사수하느냐”고 비난을 쏟아낸다.

그러나 조폭 코미디를 쓰레기로 몰아붙이며 스크린쿼터 축소와 연계시키는 데는 무리한 구석이 없지 않다. ‘국민영화’라는 칭호를 붙이기도, 한국영화의 지향점이라 평가하기에도 겸연쩍지만 조폭 코미디를 오락으로 즐기는 많은 관객들이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조폭 코미디의 강점은 적은 제작비를 들여 속성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앞뒤 안 맞는 이야기라도 자극적인 웃음만으로 충분히 관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 ‘투사부일체’는 35억원을 들여 두 달 만에 ‘뚝딱’ 찍어냈다. 100여 억원의 돈을 들여 오랜 기간 숙성시킨 블록버스터 영화는 이에 비하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이런 현실을 고려할 때 “스크린쿼터 축소가 ‘쌈마이’ 영화를 양산하게 될 것”이라는 영화계의 주장은 귀 기울일 만하다. 한국영화의 경쟁력이 약화한다면 조폭 코미디류의 ‘쌈마이’ 영화 제작이 대세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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