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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자연 베끼기 '모사공학'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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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자연 베끼기 '모사공학' 어디까지 왔나

입력
2006.09.25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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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클리대 연구팀은 ‘네이처 머트리얼스’에 게코(gecko) 도마뱀이 벽에서 미끄러지지 않고 걷는 이유를 논문으로 발표했다. 게코 도마뱀은 파리나 모기보다 훨씬 무겁고 더구나 발바닥은 매끈한데도 기막히게 벽을 잘 탄다. 그 비밀은 도마뱀 발바닥에 수억 개의 200㎚(나노미터·10억분의1m) 굵기의 가는 털이 있어 벽면과 털 사이에 서로 끌어당기는 힘(반데르발스 힘)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바통은 공학자가 넘겨받았다. “도마뱀이 된다면 사람은?” 공학자들은 접착제가 필요 없는 건식 부착물을 개발하기 위해 열심히 도마뱀 발바닥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수십억년 진화를 거쳐 최적화한 생체 시스템을 모방하려는 ‘자연모사(模寫))공학’의 한 사례다. 과학기술의 역사가 곧 자연 모방의 역사라고 할 수도 있지만 현대 공학기술은 다시 생체 모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기계연구원이 창립 30주년을 맞아 22,23일 개최한 ‘자연모사공학 국제 심포지엄’을 통해 연구 현황을 살펴본다.

●게코 도마뱀처럼 벽을 타라

게코 도마뱀은 이제 공학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인기 주제다. 선수를 친 것은 버클리대와 협력관계였던 미 스탠포드대 마크 컷코스키 교수팀이다. 이들은 6월 도마뱀 모양 로봇인 ‘스티키봇(Stickybot)’이 벽을 타고 오르는 모습을 공개,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스티키봇은 지름 10㎛(마이크론·100만분의1m)의 가느다란 털 수백개를 발가락 끝에 붙여 도마뱀과 같은 원리로 벽에 달라붙을 수 있다.

도마뱀 발바닥은 접착제가 필요 없고, 잘 붙고 잘 떨어진다는 점에서 활용도가 매우 높다. 어떤 구조물에나 침투가 가능한 게릴라 로봇을 만들 수 있고, 우주인은 우주선 밖에서 보다 쉽게 매달려 작업을 할 수 있다. 청정 진공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반도체 제작공정에서 웨이퍼를 옮기는 데에도 적용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서울대, 포스텍, 한국기계연구원 등이 이러한 건식 부착물을 연구중이다. 하지만 수명이 오래 유지되지 않는데다 대량생산을 하기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는 점이 아직 걸림돌이다.

●때 안 타는 옷과 연 꽃잎 효과

최근 독일의 한 연구팀은 비가 내리면 건물 외벽의 때를 씻어내 따로 청소가 필요 없는 페인트를 개발했다. 미국 해군연구소는 음료수를 엎질러도 탈탈 털어버리면 그만인 ‘때 안타는 섬유’를 만들었다. 그 원조는 연 꽃잎이다.

연 꽃잎은 비가 내려도 늘 또르르 방울져 흘러내리며 더러운 먼지가 함께 쓸려간다. 이러한 초발수성, 자가세정 현상은 ‘연 꽃잎 효과’라고 불리는데 그 비밀은 연 꽃잎 표면 구조에 있다. 연 꽃잎 표면에는 아주 작은 돌기가 우툴두툴 돋아 물방울이 붙지 못하고 굴러 떨어진다. 위에 언급한 페인트나 섬유는 크기가 서로 다른 입자들을 염료와 결합시키거나 섬유를 꼬아서, 연 꽃잎처럼 표면을 거칠게 한 것이다.

기계연구원의 나종주 박사팀은 연 꽃잎 효과를 응용한 투명 필름을 연구중이다. 나 박사는 “차량 사이드 미러, 건물 유리창. 거리 표지판 등을 이 필름으로 코팅하면 비가 와도 물방울이 맺히지 않아 운전이 편하고 청소가 필요 없어 경제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표면의 거칠기가 너무 촘촘하면 빛이 투과하지 못해 불투명해지고, 너무 성기면 발수성이 떨어져 최적의 효과를 찾아내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생체처럼 예민한 인공 감각기관

기계연구원 김완두 박사팀은 생물 실험용으로 자주 쓰이는 기니피그를 수없이 해부했다. 사람의 귀처럼 잘 들을 수 있는 청각 보조기구를 개발하기 위해서다.

고막을 진동시킨 소리는 귓속 뼈와 막을 지나 결국 달팽이관에서 유모 세포에 의해 청신경 세포로 전달된다. 지름이 200~300㎚에 불과한 가느다란 털인 유모 세포가 흔들리면 이온을 청신경 세포에 전달, 소리가 전기신호로 바뀐다. 김 박사팀의 연구는 고분자 물질로 나노 크기 섬모를 만들어 유모 세포를 대체하는 연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 박사는 “사람의 청각 기관은 현재 공학기술로 감지하는 범위의 6배나 넓은 범위의 소리를 들으면서도 매우 민감하다”며 “유모 세포를 대체하는 청각 보조기구는 현재보다 사람 청각에 훨씬 가까워진다”고 말했다.

이밖에 생물체의 감각 기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맛과 냄새를 구별하는 인공 혀와 인공 코, ‘600만불의 사나이’를 현실화할 수 있는 인공근육 등도 연구되고 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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