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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 영구집권?

입력
2006.12.03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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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승리 무난… 야심에 날개 달 듯

남미 좌파 정권의 대표주자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영구 집권의 길을 열까.

우고 차베스(52)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투표가 완료된 대선에서 야권 단일 후보인 중도 좌파 마누엘 로살레스(53) 전 술라주 주지사에 낙승, 6년 더 임기를 보장받을 것으로 보인다. 차베스는 지난 8년의 재임 동안 반미 좌파 포퓰리즘에 바탕한 정책으로 일관해 나라 안팎에 많은 적을 만들었으나, 2,600만 인구의 43%에 달하는 빈곤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11월 말 AP통신과 입소스(Ipsos)가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차베스는 유권자 59%의 지지를 얻어 27%에 불과한 로살레스 후보를 압도하는 등 각종 여론조사에서 20% 포인트 이상으로 앞서왔다.

1999년 헌법을 개정해 이듬해 재집권에 성공하고도 가톨릭교회와 부자 등 기득권층의 반발, 2002년 총파업에 뒤따른 쿠데타, 2004년 국민소환 투표 등의 위기를 겪으며 지켜온 대통령직에 대한 차베스의 집착이 새로운 6년으로 끝을 볼 것 같지는 않다. 차베스는 대선에서 승리하면 개헌을 통해 대통령 연임 제한을 폐지하겠다고 밝혀왔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은 차베스에게 영구 집권의 가능성을 열어줄 관문이었다. 석유 등 주요 산업 국유화, 정부 가격고시, 외환거래 규제 등 국가의 경제통제를 강화하고 국부를 빈곤층에 재분배하는 차베스식 ‘신(新) 21세기 사회주의’를 지속할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베네수엘라의 미래를 두고 민심은 갈라졌다. 정부, 의회, 사법부를 모두 장악한 차베스의 장기 집권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차베스의 집권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친다면 다른 나라로 떠나겠다”고 한 대학생은 BBC방송에 말했다. 수도 카라카스의 노점상 로사 곤살레스(41)는 “차베스는 하늘이 보낸 사람이다. 그는 가난이 어떤 것이지 잘 안다”고 지지를 밝히는 등 빈곤층은 차베스를 마치 신이라도 되는 양 떠받는다.

국제적 고유가 덕분에 누리는 연 9% 경제성장의 혜택이 빈곤층에게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차베스는 석유를 팔아 벌어들인 나라 돈 수십억 달러를 식량 보조, 무상 대학교육 등 빈곤층을 위한 사회보장에 쏟아 붓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소외된 중산층은 범죄와 고실업 때문에 오히려 살기 어려워졌다고 호소하고 있다.

야권의 선거 결과 불복 등 대혼란도 우려되고 있다. 차베스 독주에 맞서 후보 통합을 이루는 등 결집에 성공한 야권은 대선 이후를 노리고 있다. 야권은 선거운동 기간 국영TV가 차베스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 같은 선거 과정의 불공정성과 지문 인증 투표 방식으로 인한 비밀투표 원칙 훼손을 벌써 문제 삼는 등 선거 이후를 대비하는 모습이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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