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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라이프 - 성평등문화운동 '너머서' 미디어 교육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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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라이프 - 성평등문화운동 '너머서' 미디어 교육 토론회

입력
2007.01.26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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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다니는 오누이(7세,5세)를 둔 주부 정숙희씨는 요즘 고민이 생겼다. 아이들이 한창 놀다가도 한번씩 어른들 앞으로 쪼르르 달려와 바지를 내리고 엉덩이를 흔들어 대고는 깔깔 거리며 재미있어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는 이색적인 ‘장난’이겠지만 어른 눈으로 보기엔 위태롭기 짝이 없는 행동. 더욱이 아직 몽고반점도 채 없어지지않은 딸(5)이 맨 엉덩이를 내밀 때면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싶어서 가슴이 다 철렁하다.

“하지 못하게 야단을 할수록 애들이 더 재미있어 해요. 도대체 저런 행동을 어디서 배웠나 싶었는데 아니, TV 만화 주인공이 하는 행동을 그대로 모방한 거예요. 그거 아동용 만화영화 맞나요?”

인기 애니메이션 방송 프로그램 <짱구는 못말려> 의 폐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성인물 뺨치게 노골적인 성 묘사와 여성비하, 일상적인 폭력이 담겨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등급 7(7세 이상 시청 가능)을 버젓이 달고 케이블방송 채널을 바꿔가며 거의 온종일 방송돼 아동들의 이상 모방행동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서울YMCA어린이영상문화연구회와 좋은 방송을 위한 시청자모임이 2005년부터 함께 운영하고있는 성평등문화운동단체 사단법인 너머서(공동대표 전미옥 배경미)는 23일 ‘짱구네 집에서는 자녀교육 어떻게 할까요’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갖고 TV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 에 대한 비판적 미디어 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전미옥 대표는 “아동용으로 방송되는 만화영화중 상당수가 일상적인 폭력과 섹스어필 측면에서 성인용 못지않고, 그 중에서도 ‘짱구는 못말려’는 5세 유치원생에게 성인의 성적 판타지를 투영했다는 점에서 문제적 프로”라며 “부모들이 비판적 시각을 갖추고 아이들의 시청지도를 할 수 있도록 돕는 한편 이 프로그램에 대한 불매운동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아동용 인기 만화영화로 자리잡았지만 <짱구는 못말려> 는 원래는 성인물이다. 1991년 일본의 성인용 만화잡지 ‘액션’에 실렸던 시리즈물로 원제는 ‘크레용 신짱(クレヨンしんちゃん)’. 92년 일본 아사히TV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고 극장용 영화로도 매년 1편씩 만들어서 벌써 14편이 상영됐다. 국내에는 96년에 SBS에서 처음 들여오면서 성적인 표현을 대거 잘라내고 ‘아동용’으로 둔갑시켰다. 일본에서는 저질농담과 어른을 놀리는 에피소드가 많아 매년 일본학부모협회가 실시하는 앙케이트에서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프로’ 1위를 수 차례 차지했다.

토론회에 참가한 주부들도 이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와 문제의식을 쏟아냈다. 한 참석자는 “유치원생이 수시로 여자 치마자락을 들추고 예쁜 여자만 보면 아이와 아빠가 함께 침을 흘리며 쳐다보는 설정 자체가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준다. 청소년이나 성인에게는 익살스러운 성적 유머로 받아들여질 수 있겠지만 실제 시청자인 아동들은 판단력이 성숙하지 못한 상태다. 왜곡된 남성관이나 여성관을 내면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 아이의 엄마라는 한 주부는 “성인 남성의 성적 판타지를 아이에게 말하게 해놓고는 보면서 낄낄거리는 느낌을 받아 불쾌하다.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초등학생인 아들을 두고 있다는 또 다른 주부는 “아이와 자주 보는데 ‘저렇게 하면 맞지’하는 순간 극중 엄마가 정말로 짱구를 때려서 머리 위에 3층짜리 혹을 만들어 놓는다. 아들이랑 낄낄 웃다가 문득 ‘나랑 아들이랑 지금 폭력을 정당화하는데 동참했나’ 싶어서 깜짝 놀랬다. 일상에서는 아무리 화가 나도 손을 드는 일은, 그것도 머리를 때리는 일은 거의 없는데 프로그램은 그런 일상적 폭력을 당연한 것으로 만들어 놓는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 “똑같이 만화영화에서 나오는 폭력이라도 상상폭력에 비해 일상폭력의 악영향이 더 크다”고 말한다. 로봇 등이 나와서 싸우는 장면은 유아들이라도 그것이 현실에는 없는 존재라는 것을 인지하기 때문에 영향을 덜 받지만 부모나 친구 등 일상의 존재들이 벌이는 폭력은 사소한 것도 쉽게 내면화한다는 것이다. 현실의 부모라면 화가 나는 상황에서도 매 보다는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를 어르지만 만화 속의 부모는 쉽게 손을 대고 또 그것이 웃음 유발 코드로 자리잡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공동대표이자 서울YMCA 어린이영상연구회장인 배경미씨는 “요즘 아이들은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TV소리를 듣고 자라는 세대이기 때문에 TV영상은 이미 어린이들의 생태환경”이라며 “만화는 으레 아동용이라고 간과하는 자세를 버리는 것부터 미디어교육이 시작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주부들이 흔히 집안일 하는 시간을 벌기 위해 일부러 아이들을 TV만화 앞에 방치하는 것부터 없어져야 할 관행이라고. TV시청은 아이와 함께 보고 비판적 안목을 키울 수 있도록 “너라면 저럴 때 어떻게 하겠어?” “너도 저런 적 있니?” 등 수시로 개입하는 것도 필요하다.

전 대표는 ”방송위원회가 만화영화에 대해서는 장르에 대한 선입관 때문인지 등급심사를 매우 느슨하게 하는 것도 문제”라면서 “아이들 프로일수록 선정성이나 폭력의 잣대가 좀 더 엄격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너머서는 30일에도 같은 주제로 토론회를 갖는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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