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량(諸葛亮)의 출사표(出師表)를 중학교 어문(語文ㆍ국어) 교과서에 존치시킬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논란은 중국 교육당국이 중학교 교과서 개편 작업을 진행하는 도중 한 역사학자가 출사표는 어리석은 충성심, 우충(愚忠)을 상징하고, 과학적 군사관에도 맞지 않는 작품이라는 주장을 펴는 탄원서를 중국 교육 당국에 보내면서 시작됐다.
시안(西安)시 공산당교의 후줴자오(胡覺照) 역사학교수는 교육부에 보낸 편지를 통해 “어려운 시기에 백성의 삶을 돌보지 않고, 자신의 분수를 헤아리지 못한 제갈량의 출사표는 과학적인 군사관에 맞지 않아 이를 학생들에게 가르칠 경우 호전적인 사고를 심어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서신이 보도되자 반론들이 잇따랐다. 허베이(河北)성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수리펀(蘇立芬)은 신문 기고를 통해 “작품에는 문학성과 사상성이 있고 사상은 상대적이지만 문학성은 영구적”이라며 “비록 사상이 지금 시대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더라도 빼어난 문학성을 지닌 출사표는 마땅히 언어 생활의 모범인 교과서에 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동파가 일찍이 “출사표를 읽고서도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면 충신이라 할 수 없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후 교수의 진의를 평가하는 이들도 적지않다. 우줘라이(吳祚來) 중국 예술연구원 연구위원은 “천하통일을 위해서라면 전쟁은 물론 어떠한 수단도 가능하다는 생각은 우리 역사와 개인 의식에 뿌리 박혀 있다”며 “이는 비흡연자가 흡연자로부터 피해를 입는 것과 같이 하나의 사상으로 평화를 사랑하는 다른 견해를 침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후 교수의 평화관을 평가한 뒤 출사표를 삭제하지 않을 경우 학생들에게 평화를 사랑하는 생각을 심어줄 수 있는 또 다른 글을 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논쟁은 고전의 전쟁에 대해서도 현대적으로 재해석돼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중국 언론들은 관심을 갖고 보도하고 있다.
제갈량은 관우 장비에 이어 유비마저 사망한 후 천하통일의 대업이 자신의 어깨에 걸려있다는 무거운 책임감에서 서기 227년 출사표를 유비의 아들인 촉제(蜀帝) 유선(劉禪)에게 바치면서 30만의 대병을 일으켰으나 위(魏)나라 사마의(司馬懿)에 패해 천하통일에 실패했다. 출사표는 ‘전출사표(前出師表)’ ‘후출사표(後出師表)’ 전후 두 편으로 돼 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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