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대 보험사인 삼성생명에게도 외환위기는 엄청난 시련이었다. 1998년 1월 기존 보유계약 가운데 해약액이 하루 평균 570억원까지 치솟았다.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고 대출 연체율이 급증하면서 보유중인 자산의 안전성까지 크게 위협 받았다. 삼성생명 역사상 초유의 유동성 위기였다. 98년 초 총 자산 33조원 가운데 유동화 가능 자산은 불과 2조원. 삼성생명 관계자는 “당시 경영진도 2조원으로 몇 개월을 버틸 수 있을지 전전긍긍했다”고 전했다.
외환위기 직후 삼성생명은 위기를 돌파할 카드로 ▦유동성 확보에 총력 집중 ▦보유자산 구조개혁 추진 ▦고비용 저효율 경영구조 개선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준비 등 4가지 대책을 준비했다.
98년 3월 일본생명과 공동으로 1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고 보유 자산의 구조개혁을 추진해 평가손이 높은 주식 2조6,000억원 어치를 매각했다. 그 결과, 97년 말 1조6,000억원이던 유동화 가능자산은 98년 말 5조2,000억원으로 늘어났다.
기업 및 개인대출의 부실화에 대응해 채권관리 조직을 강화했으며 고비용 저효율 경영구조 개선을 위한 조직정비에도 착수했다. 98년 한해 동안만 지점 24개와 영업소 242개를 줄였다.
98년 일단 발등의 불을 끈 삼성생명은 99년부터 외환위기같은 사태가 재발될 경우에 대비한 보다 근원적인 개혁작업에 나선다. 그 해 4월 대표이사 직속으로 경영혁신을 주도할 21세기 경쟁력위원회를 설치, 영업체계를 고객중심으로 재편했다.
2000년 이후부터는 보유계약의 견실화, 리스크 관리의 시스템화, 선진금융상품 개발, 채널 경쟁력 향상 등 각 부문별 경쟁력 제고 방안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시행됐으며 이런 노력들은 2002년부터 경영실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97년말 33조원이던 자산은 지난해말 100조원을 넘었으며 수입보험료도 같은 기간 13조원에서 20조원으로 7조 이상 증가했다. 임직원 수는 9,500명에서 6,500여명 수준으로 3,000명 가량 줄었으며 설계사수도 6만8,000명에서 3만1,000명으로 대폭 축소됐다. 보험사의 효율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13회차 계약유지율은 같은 기간 67%에서 87%로 20%포인트나 증가했다.
삼성생명 이수창 사장은 “삼성생명이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은 사고의 변화와 경영 패러다임의 전환이었다”며 “역설적으로 외환위기는 삼성생명이 글로벌 생보사로 발전하는 기반을 마련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김용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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