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의 한미 FTA 추가협상 요구 내용에는 그 동안 논란이 돼온 자동차와 개성공단 문제가 빠져있다. 대신 예상대로 지난달 하순 의회와 합의한 '신통상정책'중 노동ㆍ환경 분야에 대한 요구를 비중있게 담았다.
그동안 미 의회와 자동차 업계는 한미 FTA 자동차 분야 타결 내용에 강한 불만을 제기해왔다. 다수당인 민주당은 '신통상정책'의 수준을 넘는 비판과 시비를 제기하며 FTA 비준과 연계시키겠다고 으름장까지 놓았다.
지난 13일 미 하원 외교위 테러ㆍ비확산ㆍ무역소위가 주관한 한미 FTA 청문회에서 기아차 공장이 건설되고 있는 조지아주의 데이비드 스콧(민주) 의원은 지역구 주변의 GMㆍ포드 자동차 공장이 문을 닫은 점을 거론하면서 "한미 FTA는 미국에게 나쁜 협상(bad deal)이며, 일방적(one-sided) 협상"이라며 추가협상을 요구했다.
개성공단 문제에 대해서도 민주당 의원들은 "개성공단에서 만든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하면 북한에 핵 개발용 현찰을 쥐어주는 꼴"이라며 시비를 걸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미 정부가 자동차와 개성공단 문제를 추가협상 내용에서 제외시킨 것은 이 문제가 추가협상의 의제가 될 경우 양국간 '이익의 균형'이 깨져 어렵게 도출된 FTA 합의의 틀이 크게 흔들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칫 FTA 합의 자체도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따라서 미 정부로서는 이 같은 난제를 피하는 동시에 공세적 자세를 취하고 있는 민주당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 '신통상정책'을 재협상의 주요 의제로 집중 부각시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민주당의 최대 지지세력 중 하나인 노동계는 미국과 FTA 협정을 체결한 국가에 노동법 관련 압력을 가하기 위해선 미국 내 관련 제도나 법을 개선해야 한다고 민주당을 압박해왔다.
민주당은 노동계의 이 같은 요구를 상당 부분 '신통상정책'에 반영했고, 결국 미 정부는 이를 중심으로 일단 추가협상의 모양새를 만들어 냄으로써 향후 의회 비준 과정에서 민주당을 설득해 나갈 여지를 마련한 셈이라고 볼 수 있다.
뉴욕=장인철 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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