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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23명 탈레반에 피랍/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까맣게 속타는 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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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23명 탈레반에 피랍/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까맣게 속타는 가족들

입력
2007.07.23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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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살아 돌아오기를….”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기도밖에 없었다.

정부 대표단과 탈레반 무장세력이 협상을 시작했지만 외신을 통해 위태로운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피랍자 가족들은 두 손을 잡고 피랍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했다.

특히 이날 낮 아프간 보안군과 아프간 주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군이 인질 구출 작전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가족들은 한 때 초긴장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탈레반 측이 제시한 협상 시한인 밤 11시30분이 다가오자 가족들의 초조함은 극에 달했다. 하지만 탈레반 측이 협상 시한을 15시간 연장하자 가족들은 “희망을 잃지 말자”며 서로를 격려했다.

피랍 3일째인 22일 피랍자들이 다니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샘물교회에는 피랍 신도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기도와 찬송이 온 종일 이어졌다.

교인들은 이날 오전 10시에 가진 연합예배에서 눈물로 한 마음이 됐다. 이헌주 목사는 ‘복이 있나니’라는 제목의 설교를 통해 “사랑하는 가족의 안위에 안절부절 못하는 성도들과 아픔을 같이하자”고 호소했고, 신도들도 손을 맞잡고 피랍자들의 무사를 기원했다.

피랍자 가족들과 교인들은 정부와 납치단체 사이의 협상이 진행 중인 만큼 납치 세력들을 자극할 수 있는 종교의식 모습은 가급적 언론에 노출시키지 않으려 애썼다.

가족들은 이날 납치 세력에게 전하는 ‘호소문’을 발표하려다 취소했다. 한 피랍자 가족은 “순수 봉사활동을 하던 사람들인 만큼 조속한 석방을 요구할 계획이었지만, 협상 분위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까 봐 호소문 발표를 보류했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이날 밤 샘물교회를 떠나 서울 서초동 한민족복지재단 사무실로 장소를 옮겨 석방 소식을 애타게 기다렸다. 교회측도 종교색이 부각될 것을 우려, 매일 오후 8시에 열기로 한 특별기도회를 조용히 진행하기로 했다.

이날 오후 1시에는 샘물교회 인근 분당중학교 교정에서 피랍된 이주연(27ㆍ여)씨의 부모, 서정화(29ㆍ여) 경석(27)씨 남매의 아버지 서정배(57)씨 등이 피랍자 가족 대표로 아랍권 대표 방송 알자지라와 40분 동안 인터뷰를 갖고, 애타는 심경을 아랍권에 전했다.

이씨의 부모는 인터뷰에서 “총칼을 가지고 나가 싸운 것도 아니고, 연약한 몸으로 헐벗고 죽어가는 그들에게 봉사를 한 것일 뿐”이라며 “저들의 모든 요구를 들어줘서라도 딸이 무사히 돌아오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서씨는 “좋은 일 하러 간다고 해 기꺼이 허락했는데 지금은 내 발등을 찍고 싶은 심정”이라며 “정부가 최선을 다하고 있고 국민들도 무사귀환을 간절히 기원하고 있으니 인내심을 갖고 버텨내길 바란다”고 울먹였다.

오후 4시40분께 아프간 보안군의 구출 작전 소식 자막이 TV 화면에 뜨자 가슴 졸이며 TV를 보던 피랍자 가족들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거냐”“우리 아이들을 죽이려는 거냐” 며 패닉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곧 이어 합동참모본부가 “사실이 아니다”고 발표하고, “피랍자들이 건강한 상태”라는 외신 보도가 있자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가족들은 “외신 보도가 제각각이어서 도무지 뭐가 뭔지 모르겠다”며 불안해 했다. 이날 피랍자의 개인 홈페이지와 각종 포털에는 피랍자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국민들의 댓글이 쇄도했다.

한편 피랍자들을 초청한 한민족복지재단 김형석 회장은 이날 성명을 발표, “이번 사태로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 죄송스럽기 그지없다”며 “지금은 누구의 잘못을 따지거나 책임을 묻기보다 피랍 봉사단원들의 신변 안전이 최우선이며 가족들의 아픔을 헤아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아프가니스탄 친선협회 이영일 회장도 “한국 봉사단이 도착했을 때 현지인들은 알라의 이름으로 환영했다”며 “봉사활동이 선의의 뜻으로 받아들여져 한 사람의 희생도 없이 무사히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성시영기자 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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