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존재를 느끼지 못했다’는 테레사 수녀의 번민을 고백한 비밀편지가 공개되면서 그의 삶과 신앙이 재조명되고 있다. 평온하고 강한 신앙을 지닌 듯 했던 외면과 다르게 마음 속으로는 무려 50년 동안 신의 존재에 의문을 품고 고통스러워 했다는 사실이 비신자와 종교인들에게 각기 다르게 해석되고 있다고 AP통신이 25일 보도했다.
앞서 미 시사주간 타임 최신호는 테레사 수녀의 비밀 편지를 담은 신간 <마더 테레사 : 와서 내 빛이 되라> 의 주요 내용을 공개했다. 10년 만에 공개된 편지 중에는 “나는 무엇을 위해 일합니까? 신이 없다면 영혼도 없고, 영혼이 없다면 예수님 당신도 진실이 아닙니다”라며 신의 존재에 강하게 회의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마더>
비신자들과 회의주의자들에게 테레사 수녀의 고뇌와 갈등은 종교적 믿음 자체가 얼마나 공허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증거나 다름없다.
그에 대한 냉혹한 비판서인 <미셔너리 포지션> 과 무신론 서적인 <신은 위대하지 않다> 의 저자인 크리스토퍼 히친스는 “테레사 수녀도 종교가 인간이 만들어 낸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으며, 그의 계속된 신앙고백은 자신이 빠진 함정을 더 깊게 파는 역할을 했을 뿐”이라고 비꼬았다. 신은> 미셔너리>
반면 가톨릭 신학자들과 테레사 수녀의 숭배자들은 이 고백이 그의 인간적 면모를 드러내고 그의 업적을 더욱 거룩한 것으로 만든다고 주장한다.
노트르담대학 신학 교수인 리차드 맥브라이언 신부는 “이 고백은 테레사 수녀가 신이나 인생의 궁극적 의미에 대해 전혀 의심을 품은 적 없는 석고상 같은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제임스 마틴 신부는 “우리 대부분은 성자들이 신과 끊임 없이 연결돼 있으므로 그들이 행한 모든 것들이 보통 사람들에 비해 훨씬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 책은 성자들도 우리만큼 또는 우리보다 더 힘들게 그러한 업적을 이룬다는 것을 알려준다”고 평했다.
<마더 테레사…> 의 저자이자 테레사 수녀가 선종한 후 그를 성인으로 추앙할 것을 청원했던 장본인인 브라이언 콜로디에이추크 신부는 “이 편지들에 담긴 함의를 잘 이해하면 테레사 수녀가 신의 존재를 의심한 것이 아니라, 신과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는 것을 슬퍼했던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더>
펜실베이니아 세인트빈센트대의 짐 토위 총장은 “믿음을 가진 모든 이들은 의구심도 갖고 있다”면서 “테레사 수녀의 번민이 궁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믿음이 느낌이 아니라 신념이라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테레사 수녀는 2003년 시복(諡福)을 받았다. 가톨릭 전통에 따르면 그가 ‘성인’으로 추대 받기 위해서는 그가 행한 ‘기적’이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제임스 랭포드 신부는 “이 책이 그를 성인으로 추대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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