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뇨와 기업의 만남. 한편으론 어색하고 한편으론 생뚱맞기 그지 없는 이 조합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부상하고 있다.
석유 등 화석연료의 고갈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대체에너지 개발 붐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축산분뇨를 에너지로 바꾸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대형 건설사들이 소와 돼지를 기르는 축사, 음식물, 쓰레기, 소각장 등 혐오시설에 집중적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사실 축산분뇨는 골칫거리다. 1996년 해양오염 방지를 위해 체결된 런던의정서에 따라 2012년부터 축산 분뇨와 음식물 쓰레기 등 유기성 폐기물을 바다에 버리지 못하게 되면서 연간 1,000만톤에 이르는 축산 폐기물 처리는 국가적 과제로 된 상태다.
돈을 들여서라도 처분해야 할 이 애물단지를 에너지로 활용해 수익을 창출한다니, 국가적으로나 기업으로서나 일거양득인 셈이다.
건설사들이 신재생 에너지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분뇨와 음식물 쓰레기 등 유기성 폐기물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할 경우 친환경, 저비용 에너지의 미래형 주거단지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 10년내 수조원대 시장규모로 성장할 신재생에너지 플랜트 사업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건설업계에서 분뇨에 가장 먼저 관심을 쏟은 곳은 대우건설. 1991년부터 관련연구를 시작해온 대우건설은 지난 3월 경기 이천에 국내 최초의 상용화 플랜트인 '축산분뇨 바이오 가스 열병합 발전설비'를 완공하고 가동에 들어갔다.
분뇨를 이용해 전력과 열을 생산하는 첨단설비로 하루에만 축산분뇨 20톤을 처리해 480㎾h의 발전량과 860Mcal의 열을 생산한다. 이 정도면 하루 230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대우건설은 충남 아산시와 하루 70톤 규모의 음식물 쓰레기와 하수 폐기물을 이용한 발전시설 건립 시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현대건설도 지난달 말 경기 여주에서 축산분뇨와 음식물 쓰레기를 신재생 에너지로 이용가능하도록 한 건조탄화기술을 선보이며 시장에 진입했다. 건조탄화기술은 축산분뇨를 태워 화훼농가나 축사에서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신기술로 분뇨 1톤에서 약 100MKcal 이상의 열을 생산할 수 있다.
대한주택공사도 에너지 사업처를 신설, 신재생 에너지 사업에 나섰고 삼성건설과 대림산업도 신재생에너지를 적용한 친환경 아파트를 개발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코오롱 건설은 아예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회사의 사활을 걸었다. 코오롱건설은 바이오 에탄올 플랜트 시장을 적극 공략해 2010년 매출 2조원대 회사로 성장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수립했다. 바이오 플랜트로 건설사 톱10에 진입하겠다는 것이다.
롯데건설도 생활 페기물을 재활용하는 '전처리시시설(MBT)'을 지환테크와 공동으로 개발해 사업확장에 나선 상태다.
축산분뇨를 이용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환경'과 '주거', 두 시대적 화두의 결합이란 점에서 더욱 의미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가운데 삼성경제연구소가 북한의 에너지 난을 타개하는 방안으로, 분뇨를 바이오 에너지화하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시장이 크지 않지만 친환경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지자체들의 플랜트 발주 물량이 크게 나면서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건설사들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를 것이다"고 전망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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