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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2군 사상 첫 트리플 크라운 달성한 최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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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2군 사상 첫 트리플 크라운 달성한 최형우

입력
2007.10.03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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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선수에게 방출 통보는 사형선고와도 같다. 10년 넘게 야구라는 한 우물만 팠기에 다른 길로 돌아 가기도 쉽지 않다. 연습생 테스트를 통해 재도전할 수도 있지만 이도 극소수일 뿐, 대부분은 ‘어쩔 수 없이’ 야구와 멀어지게 된다.

그런데 청천벽력 같았던 방출의 아픔을 딛고 ‘오뚝이 신화’를 쓰는 이들도 있다. 지푸라기 같은 심정으로 경찰청에 입단한 최형우(24)는 올해 2군에서 사상 첫 타격 ‘트리플 크라운(22홈런ㆍ타율 0.391ㆍ76타점)’의 대기록을 달성하며 각 구단 스카우트들의 제1 표적으로 떠올랐다.

야구는 내 운명

전주고 4번 타자 겸 포수 출신인 최형우는 2002년 삼성에 2차 6순위로 지명됐다. 데뷔 첫해 네 차례 1군 무대를 밟았을 정도로 나름대로 기대주로 인정 받았다. 문제는 포수로서 수비 능력이었다. “연습 때는 잘만 하다가도 막상 경기만 나서면 송구를 잘 못해 주자를 잡아내질 못했어요. 포수라면 누구나 한번쯤 겪는 슬럼프라는 데 전 결국 끝까지 벗어나질 못했죠.”

그는 2005년에는 남부리그에서 타격 2위(0.322)의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그를 기다린 건 방출 통보였다. 눈 앞이 깜깜했다. 밤새 술독에 빠져 괴로움을 잊으려고도 했고, 새벽 4시부터 밤 늦게까지 ‘노가다’를 뛰며 잠 못 이루는 나날을 달래기도 했다.

그래도 결론은 야구밖에 없었다. 때마침 경찰청 야구단 창단 소식이 들려왔다.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내 야구 인생 전부를 걸었죠.”

외야수로 살아 남기

외야수로의 전업은 생존을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삼성 시절에도 한번 포지션 변경을 생각했지만 그땐 “발이 느리다”는 이유로 주위에서 만류했다. “그래도 제가 심정수, 양준혁 선배보다 느리기야 하겠어요?”

단거리 달리기는 기본. 하루 40분 이상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뛰고 또 뛰었다. 꼭 성공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부모님의 이혼이라는 가정불화가 겹치면서 세 형제 중 장남으로서의 책임감은 그를 더욱 악착같이 뛰게 했다.

유니폼이 흥건하게 젖을 정도로 흘린 땀은 그를 배신하지 않았다. 최형우는 올시즌 3관왕을 넘어 사실상 타격 전관왕을 거머쥐었다. 출루율만 김형철(SK)에 1리 뒤진 2위(0.458)를 기록했을 뿐, 최다 안타(128개) 득점(72점) 장타율(0.731) 모두 1위에 올랐다. 김용철 경찰청 감독은 “파워와 체력이 좋아지면서 배트 스피드가 살아났다. 1군 적응력이 문제지만 잘 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고 기대했다. 최근 다시 삼성의 부름을 받은 최형우는 “전주에서 홀로 힘겹게 농장 생활을 하시는 어머니께 작은 아파트라도 하나 선물해 드리고 싶어요”라고 수줍게 웃었다.

“이승엽(요미우리)처럼 되고 싶다”는 당돌한 각오만큼 포부도 크다. “조동찬 등 친구들로부터 축하 전화 많이 받았는데 꼭 약 올리는 거 같더라고요. 언젠가 꼭 1군에서도 트리플 크라운을 할 겁니다.” 그의 우직한 발걸음이 새로운 야구 인생을 펼쳐가고 있는 ‘제2의 최형우’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되길 기대해본다. 최형우는 내년 1월17일 전역할 예정이다.

고양=오미현 기자 mhoh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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