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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열여덟 살에 나는 이미 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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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열여덟 살에 나는 이미 늙어 있었다"

입력
2008.03.03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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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 마르그리트 뒤라스 / 민음사

1996년 3월 3일 마르그리트 뒤라스가 82세로 사망했다. 프랑스 현대 문학의 대표적 여성 작가, 2차대전 후 프랑스에서 가장 문제적인 작가, 누보로망의 기수. 뒤라스의 이름 앞에는 이런 수식들이 붙는다.

호주 매커리대 교수 존 레흐트는 <한 권으로 보는 현대 사상가 50> 이란 책에서 뒤라스를 보드리야르, 카프카, 리오타르와 나란히 ‘포스트모더니티’를 대표하는, 20세기 대표적 지성인 50인의 한 명으로 꼽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은 물론 세계에서 뒤라스의 이름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은 ‘장미의 이름’ ‘티벳에서의 7년’ 등을 영화화한 장 자크 아노가 1992년 감독한 영화 ‘연인’을 통해서다. 제인 마치, 양가휘 주연으로 1920년대말 프랑스 식민지였던 베트남에서 15세 백인 소녀와 열두살 많은 중국인 남자의 1년반에 걸친 광기 어린 사랑과 이별을 그린 영화다.

뒤라스가 70세이던 1984년 발표해 공쿠르상을 받은 동명의 소설이 원작인 영화다. “열여덟살에 나는 이미 늙어 있었다.” <연인> 은 베트남에서 태어나 18세에 프랑스로 갈 때까지 유년시절을 보냈던 뒤라스의 자전적 체험이 짙게 밴 소설이다.

여느 성장소설과도, 사랑 이야기와도 다른 이 소설에서 뒤라스는 번역으로도 느껴지는 절제되고도 강렬한 언어와 이미지로 인간의 어떤 근원적 욕망, 고통을 드러낸다. 줄리아 크리스테바가 뒤라스의 몇몇 텍스트는 “우리로 하여금 광기의 절정을 관찰할 수 있게 한다”고 말한 그대로다.

뒤라스는 1960년 ‘히로시마 내 사랑’의 각본을 쓴 이후 ‘인디아 송’ 등 19편의 영화를 직접 연출한 감독으로 영화사에도 독특한 자취를 남겼다. 그의 생의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서른여덟살 연하남을 연인으로 둔 일이었다.

뒤라스의 작품을 읽고 5년 동안 몇 상자 분량의 연서를 보내던 얀 안드레아라는 철학도는 1980년 마침내 뒤라스의 ‘승낙’을 받는다. 뒤라스가 66세, 그는 28세였다. <연인> 도 뒤라스의 구술을 받아 안드레아가 타자로 친 작품이라고 한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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