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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주말人] <3> 찾아가는'물리 실험 교실' 강원대 조영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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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주말人] <3> 찾아가는'물리 실험 교실' 강원대 조영신 교수

입력
2008.05.19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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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이 줄 좀 풀어주세요.”

4월 셋째 토요일인 지난달 19일 1교시 강원 춘천시 대룡중 시청각실. 단상 위에서 양 손목이 밧줄에 묶여 꼼짝달싹 못하는 학생 두 명이 줄을 풀어 보려고 몸부림친다. 우스꽝스러운 그 모습에 100여명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한바탕 울려 퍼진다.

지그시 지켜보던 강원대 과학교육학부 조영신(55) 교수가 학생들을 향해 질문을 던진다. “여러분, 묶인 줄을 풀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가위로 잘라버려요.” 몇몇 학생의 과격한 대답에 다시 ‘까르르’ 웃음 소리가 번진다. “그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매듭의 원리만 알면 간단히 풀 수 있습니다.” 조 교수가 나서 복잡한 매듭 사이를 벌려 밧줄을 끌어내자, 밧줄이 거짓말처럼 풀렸다.

“우와!” 조 교수를 향해 터지는 학생들의 환성. 이 순간만큼은 마술사 데이비드 카퍼필드가 부럽지 않다.

1톤 트럭 몰고 오늘도 강원도 산골로

조 교수는 토요일만 되면 1톤 화물트럭을 몰고 강원도 각지의 중학교를 찾아 나선다. 실험도구를 한 가득 실은 조 교수의 ‘1톤 애마’는 정선, 태백, 도계 등 탄광촌부터 철원, 화천, 인제 등 산골 오지를 누빈다. 주중에도 틈만 나면 강의가 비는 시간을 이용해 춘천 인근 지역의 중학교를 찾는게 습관처럼 되어 있다.

2005년부터 이렇게 시작한 조 교수의 ‘우리가 해 보는 물리실험’(우물실) 프로그램을 체험한 학생들은 강원도 90여개 학교 1만여 명에 달한다.

‘우물실’은 학생들에게 물리 기기들을 조작하고, 관찰하면서 물리 개념을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우물실’의 특징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가 실험 기구가 된다는 점이다. 유리병, 노끈, 나무판자, 녹슨 철근 등 평범한 물건들이 조 교수 손에 들어가면 훌륭한 실험 기자재로 변해 마술을 부린다.

물 담은 페트병에 케첩 봉지를 넣어 부력과 압력의 원리를 보여주고, 길이가 다른 알루미늄관 2개를 가열해 플루트 소리에 버금가는 선율의 하모니를 연출해 낸다. 74종의 실험 장비를 갖추고, 각 학교 실정에 맞게 프로그램을 변경하는 것 역시 학생 호응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조 교수의 이런 노력 덕분에, ‘놀토’보다 더 즐거운 과학실험을 체험한 학생들의 반응은 뜨겁다. 대룡중 송은지(13) 양은 “실험 하나하나가 정말 신기해요. 또 와서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라며 한껏 들뜬 소감을 말했다.

심우현(12)군은 “친절하고 재미있게 설명해 주셔서 머릿속에 쏙쏙 들어와요. 과학실험에 관심이 많아 교수님 오신다는 얘기를 듣고 큰 기대를 했는데, 정말 재밌어요”라고 대답했다.

선생님들도 조 교수의 방문을 환영한다. 이 학교 과학담당 원명숙(40) 교사는 “흔히 볼 수 있는 생활용품으로 과학원리를 설명해 주기 때문에 아이들이 더 즐거워 한다”며 “교수님이 가르쳐 준 원리를 이용해 집에 가서 다시 실험모형을 만들어 보는 아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원 교사는 “숨어 있는 과학 원리를 직접 몸으로 깨우칠 수 있다는 게 우물실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입소문 타고 강원도 밖으로

조 교수의 ‘우물실’은 입소문을 타고 강원도 밖으로도 퍼졌다. 서울과 경기도에서도 ‘제발 한 번만 와달라’는 문의가 쇄도한다. 지난달 15일 서울 강서구 신정여중에서 우물실 프로그램이 선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주말도 못 쉬고 돈 받고 하는 일도 아닌데, 지겹거나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을까. 조 교수는 과학을 체험한 학생들의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어떻게 이일을 관둘 수 있겠느냐는 입장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죠. 가족들도 서운해 할 때가 있고요. 그러나 피곤한 만큼 분명히 보람이 있는 일입니다.”

한국 최초 우주인이 나왔다며 사람들의 눈길은 저 멀리 하늘 위로 쏠려 있지만, 우리 과학 교육은 여전히 학생들에게 ‘머릿속 실험’을 강요하는 현실이다.

조 교수는 “직접 실험을 해 본 적이 없어, 납땜을 하거나 전선 피복 벗기는 방법도 모르는 학생이 태반”이라며 “특히 시골 아이들은 과학 체험관이나 박물관에 갈 기회가 없어 과학 실험을 직접 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안타까워했다. 결국 이런 안타까움이, 오늘도 그가 낡은 1톤 트럭을 몰고 강원도 산골 이곳 저곳을 누빌 수 있는 열정의 원천인 셈이다.

춘천=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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