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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보이' 김혜수 "노출 드레스 탓에 배우로서 잃은게 더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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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보이' 김혜수 "노출 드레스 탓에 배우로서 잃은게 더 많죠"

입력
2008.09.30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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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를 놓고 육감적인 배우라는 데에 동의하지 않을 이는 없다. 심하게는, 연기는 기대 않는다는 평가마저 있다. 중요한 영화제 시상식 때마다 아찔한 의상으로 몸매를 드러내는 것을 보면 김혜수 자신도 이러한 이미지에 당당한 것 같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모던 보이' 개봉을 앞두고 만난 그는 의외의 속내를 털어놓았다.

"대중의 선입견을 깨기는 참 어려워요. 업계의 선입견은 더 심각하죠. 건강하고 밝다는 이미지 때문에 1990년대에는 질리도록 로맨틱 코미디만 했어요. 2000년대 들어서야 영화의 폭이 좀 넓어졌는데 그래도 여전히 안 해 본 역할이 많아요.

제발 다른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사실 제가 영화에서 섹스 어필한 연기를 했던 것도 아니잖아요. 순전히 시상식 드레스 이미지 때문인데 말이죠."

-그런 이미지에 스스로 개의치 않았던 것 아닌가요?

"다 막힌 드레스 입으면 되지 않느냐는 거죠? 처음엔 신경 쓰지 않았어요. 그게(과감한 드레스가) 그렇게 대단한 일이야, 왜 이렇게 난리야, 그랬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기자로서 발목을 잡혔다는 건가요?

"불만이 많았죠. 모른 척하려고 했지만 배우로선 너무 큰 한계가 되었으니까요. 그때는 제가 연기를 그렇게 오래 할지 몰랐어요."

-사실상 영화에서 노출하기 시작한 건 오히려 최근 들어서인데(김혜수가 영화 속에서 과감한 노출을 시작한 것은 2003년 '얼굴 없는 미녀'부터다. '모던 보이'에서는 뒷모습 누드가 살짝 나온다).

"시간이 좀 지나면서 (벗지 않겠다고) 한계를 지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배우란 결국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일이니까요. 노출이 자연스러운 상황에서는 해야죠."

-그런데 미안하지만, 흥행 배우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미안하긴요. 그래도 '닥터 봉'이랑 '타짜'는 잘 됐고, 망하지 않은 영화들은 더러 있어요. 흥행이 안 되면 빚을 진 느낌이 들죠. 그런데 제가 워낙 흥행 감각이 둔해요. 그냥 최선을 다해 연기할 뿐이고, 흥행이 되면 보너스라고 생각하죠."

-그래도 영화계에서 계속 찾아주는군요.

"이제 그만 할까요?"(웃음)

-연기자로서 벌써 22년인데 언제가 가장 힘들었나요?

"20대 처음부터 20대 끝까지요. 10대 때는 신기해 하면서 흥분된 에너지를 즐겼어요. 20대에는 잠잘 시간이 없을 만큼 일을 많이 하면서 마음 속이 텅 빈 것 같고 불안했어요. 새벽이면 쫓기듯이 책과 잡지를 쌓아두고 제목만 훑어보거나, 음악을 찾아 듣곤 했죠. 사생활과 연기생활을 강박적으로 분리하느라 힘들었고요."

-결혼 생각은 없나요?

"독신주의자는 아니고 결혼에 대한 공포도 없어요. 엄마는 대학 1년 때 결혼해 언니를 낳는 바람에 자퇴를 해야 했는데 지금은 자유롭게 인생을 즐기는 걸 보면 부럽기도 해요. 하지만 여전히 결혼에 대해선 구체적인 그림이 안 떠올라요. 끌리는 남자요? 설마 없었겠습니까."

-'모던 보이'의 관람 포인트라면?

"1930년대의 경성을 재현해낸 실력은 고증 전문가들도 완벽하다고 할 정도였어요. 저도 세트야 봤지만 컴퓨터그래픽 입힌 것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한국 영화의 기술이 이처럼 눈부시게 진화했다는 것을 이 영화가 증명해 보일 겁니다."

■ 리뷰/ 영화 '모던보이'/ 역사의식 제로 男, 미스테리 女에 꽂히다

1930년대 나라를 잃은 식민지 경성에서 조선총독부 1급서기로 일하는 이해명(박해일)과 구락부 댄서로 위장한 독립운동가 조난실(김혜수)의 사랑을 그린 영화.

"어렸을 때 꿈이 뭐냐"는 질문에 "일본인이 되는 것"이라고 할 정도로 역사의식이라고는 없는 이해명이 순정에 이끌려 독립운동조직과 얽히고 만다. 해명이 자신을 고문하는 순사에게 "나는 지금 당신보다 테러 박(난실의 남편)이 더 싫어!"라고 외치는 장면처럼 재기발랄한 대목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인물과 관계에 대한 묘사가 너무 단순하고 개연성이 없어 재미가 반감되는 측면도 있다.

짧은 단발머리에 아치형 눈썹을 그려넣은 김혜수, 기모노 의상의 아름다운 색상, 그 시절 남대문과 서울역 주변의 풍경 등 플롯과 직접 관련이 없는 분장과 미술, 컴퓨터그래픽 등은 훌륭하다.

이지형의 원작소설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 가 나온 2000년 정지우 감독이 판권을 확보하고 연출했다. 10월 2일 개봉.

김희원 기자 hee@hk.co.kr사진 신상순기자 s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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