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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장애인 전국체전 가봤더니/ 선수만 있는 장애인체전 "또 한번의 소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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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장애인 전국체전 가봤더니/ 선수만 있는 장애인체전 "또 한번의 소외"

입력
2008.10.08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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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번 소외되는 느낌을 받게 되네요…."

7일 낮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제1전시장. 이 곳에서 치러지는 제28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보치아' 경기를 지켜보던 서울시 선수단의 한 관계자는 혼잣말처럼 넋두리를 했다.

뇌성마비 장애인들이 표적구에 더 많은 공을 굴리려고 애쓰는 힘겨운 몸짓 하나하나가 감동 그 자체였지만, 이를 알아주는 사람은 이번에도 '그들(장애인)'뿐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3,300㎡ 규모의 경기장에선 이들을 응원하는 떠들썩한 함성도, 우렁찬 박수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간간히 장애인 선수들이 어눌한 발음으로 외치는 "파이팅" 구호와 경기를 지도하는 코치들의 열정적인 손짓만이 경기장을 채웠다.

비슷한 시각, 육상경기가 펼쳐진 광주월드컵경기장. 4만2,000여명 규모의 관중석은 썰렁했다. 선수들의 역주를 생중계하는 2개의 대형 전광판만이 관중석의 적막을 깨고 있었다. 반면 경기장 안은 어수선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 선수나 선수단 관계자들이 경기가 진행 중인 트랙을 가로질러 필드로 들어가도 이를 제지하는 운영요원이 거의 없었다.

부산시 소속 이모(41) 선수는 "전국장애인체육대회가 무슨 동네 체육대회냐. 이처럼 무성의하게 운영하는 대회는 처음이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5일 광주에서 개막한 전국장애인체육대회가 시민들의 무관심 속에 또 다시 '그들만의 체전'으로 치러지고 있다. 더구나 무성의한 대회 운영과 경기장 배정 등으로 장애인들에게 또 하나의 생채기를 안겨주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전국 16개 시ㆍ도에서 23개 종목 5,459명의 선수가 참가한 이번 대회는 역대 최대 규모. 특히 베이징 장애인올림픽 직후 열린 데다 장애인올림픽 출전 선수 77명이 모두 참가해 그 어느 대회 때보다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대회를 주관하는 광주시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마음으로 화합하는 '어울림 체전'과 인간 평등의 가치를 확인하는 '인권체전'으로 치르겠다고 공언해, 장애인 선수들의 기대는 남달랐다.

하지만 선수와 임원, 보호자들이 경기장에서 직접 몸으로 부딪힌 현실은 정반대였다. 선수들은 자신의 신체적 한계에 도전하며 인간승리의 드라마를 연출했지만 보이지 않는 차별과 편견은 여전히 넘기 힘든 벽이었다.

"정말 이 정도일지는 몰랐습니다." 울산시 소속 배드민턴 선수의 보호자 이모(41ㆍ여)씨는 이번 대회에 대한 평가를 요청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불만을 쏟아냈다. "대학교 체육관에서 경기를 한다고 해서 관중이 좀 있겠다 싶었는데 아니더라구요. 학생들은 한 명도 없어요. 그나마 눈치 없이 관중석을 차지하고 앉았던 자원봉사자들도 오늘은 보이지 않네요."

대회가 치러지는 경기장은 모두 30곳. 그러나 경기장을 찾는 관람객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대전시 선수단 관계자는 "장애인체전이 장애인들만의 잔치로 인식돼 반쪽짜리 행사에 그치고 있다"며 "학생들의 경기관람이야말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앨 수 있는 살아있는 현장교육이 될 텐데 대회를 공동주관한 시교육청이 이마저도 외면해 아쉽다"고 말했다.

웬만한 무관심에는 익숙한 장애인 선수들이지만 낙제를 면키 어려운 대회 운영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충북 육상 대표로 나선 한 시각장애인 선수는 "시각장애인 선수용 ID카드에 점자 표시가 돼 있지 않아 탈의과정에서 카드가 섞이기라도 하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라며 "더구나 식사할 곳도 제공하지 않아 땅바닥에 앉아 도시락을 먹을 수밖에 없는데 이를 비장애인들이 보면 오히려 편견을 갖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무신경한 종목별 경기장 선정도 선수들을 난감하게 했다. 일례로 보치아 종목의 경우 경기장 바닥 표면이 울퉁불퉁해 경기에 지장이 있다는 각 지역 선수단의 불만이 쏟아지자, 대회운영본부 측은 고육지책으로 고무매트를 깔고 시합을 진행할 정도다.

그래도 장애를 넘어선 선수들의 용기와 열정만은 꺾이지 않았다. 인천시 조정 대표 최용복(55) 선수는 "무관심이야말로 장애인 선수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요인이지만 절대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신체적 불편과 고통을 딛고 일어나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줄 테니 열심히 응원해 달라"고 웃어보였다.

광주=안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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