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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동네북' 된 한은, 대담한 결정은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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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동네북' 된 한은, 대담한 결정은 했는데

입력
2008.12.1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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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어제 "중앙은행이 비상사태 수단을 써야 하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경계선에 와 있다"며 "(한은법에 규정된) 심각한 통화신용 수축기라면 비상한 수단을 써야 하지만 나중에 반드시 모든 국민이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 금융통화위가 기준금리를 사상 최대폭인 1%포인트나 끌어내려 역대 최저인 3%로 결정한 배경을 설명하면서다. 시장도 깜짝 놀란 파격적 결정을 했지만, 발권력 동원 등 더 대담한 조치를 요구하는 시장에 대한 한은의 고민과 역할 한계를 토로한 말이다.

최근 며칠 새 한은은 동네북이 됐다. 사실상 불황국면으로 빠져드는데도 종래의 보수적 통화정책을 고수하며 늑장 대처하는 바람에 신용경색이 심화되고 정부의 경기부양 대책도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미국과 유럽의 중앙은행은 금융ㆍ실물위기 타개를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붓고 금리 대폭 인하는 물론 기업어음 매입 등 민간시장에까지 직접 개입하는데 한은은 뭘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믿었던 수출마저 급감하면서 내년 우리경제 성장률을 1%대, 심지어 마이너스로 점치는 전망이 줄을 잇자 한은의 입장은 한층 곤궁해졌다.

많아야 0.75%포인트 인하를 점쳤던 예상을 뒤엎은 이번 결정은 이런 사정을 두루 감안한 것이다. 나아가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 외에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여러 정책수단을 활용할 생각도 내비쳤다. "경기가 급속히 나빠질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금리를 몇 번에 나눠 인하하는 것은 좋은 정책이 아니다"는 이 총재의 말에서도 변화된 금통위의 인식과 태도가 드러난다. 후유증이 따를 발권력 동원은 일단 배제하지만 지준율 인하 등 다른 유동성 지원책은 언제든 구사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에 따라 요지부동이었던 시중 금리도 인하될 것이 확실시되고 자금시장도 적잖이 숨통이 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경기대책 역시 한층 힘을 받을 전망이다. 하지만 역사적 경험에 비춰볼 때 통화정책이 궤도를 이탈하면 언젠가 큰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다. 그 경계를 따지는 게 쉽지 않지만 중앙은행은 절도와 균형을 찾는 자세를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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