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필자의 연구 분야인 '스마트 기술'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스마트 기술이란 기계, 항공, 토목 구조물들에 센싱, 제어, 연산 기능을 부여하여 구조물로 하여금 스스로 주위 환경의 변화를 감지하고, 이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처리하여 반응하도록 함으로써 생물학적 시스템을 모사(模寫)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스마트 기술의 성공적 적용은 구조물의 안전성 과 효율성을 높이고 유지ㆍ 관리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러한 스마트 기술을 사회기반시설의 유지ㆍ 관리에 적용하려는 노력과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 미네소타주 미네아폴리스의 미시시피 강에 있는 세인트 앤서니 폭포(St. Anthony Falls) 다리를 들 수 있다. 이 교량은 원래 이 자리에 있던 40년 된 'I-35W 미시시피 강 다리'가 2007년 8월 붕괴된 뒤 새로 놓은 것이다.
미네아폴리스 시는 100년 이상 버틸 새 다리를 놓는다는 목표를 세우고 설계ㆍ시공 단계부터 스마트 기술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통상 3년 걸리는 공사기간을 1년으로 단축해 2,500만 달러의 경제적 이득을 얻었다. 최첨단 교량인 St.Anthony Falls 교는 323개의 센서를 설치해 다리 상판의 진동과 온도 및 응력 등을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다. 또 결빙 방지 설비 등의 다양한 스마트 기술을 교량에 접목시켰다.
이러한 스마트 기술의 발전에 발맞추어 미국은 향후 5년 동안 5,000억 달러를 도로 교량 등의 사회기반시설 건설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건국이래 연방 고속도로 건설에 투자한 전체 금액보다 많은 액수다. 투자비용은 최근 오바마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의회 승인을 받은 예산 등으로 충당하게 된다.
IBM 사의 최고 경영자 사뮤엘 팰미사노(Samuel J. Palmisano)는 오바마 대통령과 경기부양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스마트한 사회기반시설의 구축은 세계적 경쟁력을 키우고 일자리와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미국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와 기업들은 앞 다퉈 사회기반시설의 개선과 지능화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새로 건설하는 모든 구조물에 스마트 기술을 적용하여 보다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기반시설을 갖추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사회기반시설물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스마트 기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성수대교(1994년)와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1995년)의 교훈을 토대로 2005년에 한국시설안전공단(KISTEC)이 창설됐고, 국토해양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들은 안전한 사회기반시설 구축에 필요한 스마트 기술 발전을 지원하는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이와 같은 지속적인 투자에 힘입어 국내 스마트 기술은 빠르게 발전, 세계적으로 기술을 선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였다.
국내에서 스마트 기술이 적용된 가장 가까운 예는 영종도와 인천을 잇는 영종대교 이다. 영종대교에는 383개의 스마트 센서가 설치돼 안전한 교량 관리ㆍ유지에 필요한 정보를 계측하고 있다. 이렇게 얻은 정보 데이터는 영종대교 톨게이트 옆에 있는 신공항하이웨이주식회사 건물에 전송되어 실시간 안전진단에 사용된다. 영종대교를 이용할 때 교량 곳곳에 설치된 스마트 센서들이 어디 있는지 눈 여겨 살펴볼 만하다.
구조물의 안전성 및 효율성 증대와 더불어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스마트 기술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질 것이다. 우리 사회도 보다 많은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
손훈 한국과학기술원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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