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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숙 칼럼] 나라가 사라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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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숙 칼럼] 나라가 사라지기 전에

입력
2009.05.12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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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은 좋은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지난 금요일, 하필이면 어버이날 열린 '국외입양인연대 (ASK)' 주최 세미나가 생각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날은 정부가 정한 '입양의 날'과 ASK가 계획했던 '입양 없는 날'을 사흘 앞둔 날이었습니다. 입양의 날은 2006년 제정되어 5월 11일에 기념식이 열립니다. '11'은 '1+1,' 즉 한 가족이 한 아이씩 입양하여 새로운 가족이 되자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합니다.

입양보다 더 중요한 것

그런 노력 덕택인지, 아니면 입양기관이 국내입양을 많이 시킬수록 해외입양을 위한 비자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할당인원 제도'때문인지, 작년에 처음으로 국내입양(1,388건)이 해외입양(1,264)을 넘어섰습니다.

세미나에 참석한 입양인들- 이제 성인이 된 그들은 자신들을 '입양아'가 아닌 '입양인'으로 불러달라고 했습니다-은 국내입양이 해외입양을 능가한 걸 기뻐하기보다는'입양 없는 날' 캠페인이 무산된 걸 서운해 했습니다. 잘 알려진 입양기관 네 곳에 단 하루만이라도 해외입양을 하지 말자고 호소했으나 네 곳 모두 거부했다고 합니다.

어릴 때 해외에 입양된 입양인들의 모임 ASK의 대표 킴 스토커 씨는 한국전쟁 후 인도주의에 입각해 시작된 입양이 이제는 하나의 산업이 되었으며, 해외입양 비용이 국내입양의 4배에 이르니 입양기관이 해외입양을 그만둘 수 없을 거라고 얘기합니다. 1953년부터 2006년까지 해외에 입양된 한국 아이는 16만242명, 공식기록이 없는 입양까지 포함하면 20만 명이 넘습니다.

입양인들이 원하는 건 해외입양을 국내입양으로 돌리는 게 아니고 입양의 대안을 찾는 겁니다. 요즘 입양기관에 맡겨지는 아이들은 대부분 미혼모 혹은 비혼모의 아이들이니, 되도록 그런 어머니가 생기지 않게 하고 이왕 미혼모가 된 사람은 스스로 자기 아이를 돌볼 수 있게 돕자는 것입니다.

한국미혼모지원 네트워크의 대표는 한국 아이를 입양한 미국 안과의사 리처드 보아스 박사입니다. 그는 입양 초기 해외입양을 지원했으나 2006년 한국 방문에서 미혼모 대부분이 아이를 낳기도 전에 입양동의서에 서명하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아 활동 방향을 바꾸었다고 합니다. 미국에선 겨우 2%의 미혼모만이 아이를 포기한다고 합니다.

한국은 미혼모에 대한 편견이 극심하지만 미혼모가 되기 쉬운 나라입니다. 10대들의 행복감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이니 가출 청소년이 느는 게 놀랄 일은 아닙니다. 특히 10대 소녀의 가출은 2006년 5,984명에서 작년에 1만303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미혼모가 되면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기 어려우니 임신중절을 택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임신중절로 희생되는 아기는 하루에 1,000명이나 된다는 한국수양부모협회 박영숙 회장의 말입니다. 낙태되는 아기의 수가 태어나는 아기의 4~5배에 이른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작년 출산율 1.19를 기록한 한국은 지구촌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2305년쯤 한국엔 남자 2만 명, 여자 3만 명 정도가 남을 거라는 유엔 미래포럼의 예측입니다. 정부는 결혼한 부부를 중심으로 출산장려 운동을 펼치고 있지만, 결혼 여부에 상관없이 아기를 낳고 기르는 사람은 모두 어버이입니다. 양부모가 되는 건 숭고한 일이지만 양부모의 '수요'에 맞추기 위해 미혼모의 아기 포기를 독려하는 건 금해야 합니다.

미혼부모 양육 지원해야

고아의 입양은 계속하면서 미혼부모나 미혼모의 출산과 양육은 지원해야 합니다. 입양이 영리사업이 되고, 미혼모를 사회적 천덕꾸러기로 만들어 중절과 입양을 강요하는 한 입양인들의 고통과 나라의 존폐 위기를 막을 수는 없을 겁니다. 아니 어쩌면, 우리나라든 남의 나라든 생명과 천륜을 하찮게 여기는 나라는 차라리 사라지는 게 정의에 부합할지 모릅니다.

김흥숙 시인·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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