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의도 증권가의 최대 화제는 현대증권의 약진이다. 2000년대 초반 '바이 코리아' 영광 이후 업계 5, 6위 수준까지 밀려났던 이 회사가 올 들어 2분기(4~6월)에는 영업이익 기준으로 2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 기간 현대증권 영업이익은 1,049억원으로, 업계 '빅 2'의 하나인 대우증권(1,553억원)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삼성증권(913억원)보다는 많았다.
업계에서는 현대증권 실적 개선의 원동력을 지난해 4월 취임한 최경수(사진ㆍ59) 사장에서 찾는다. '업계 최저 연봉-가장 늦은 출근'으로 통하는 최 사장 특유의 '짠물 경영'이 1년여만에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대북 사업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모 그룹 형편상 경쟁업체의 절반 수준 연봉에도 불구, 최 사장은 매일 일선 영업점을 방문한 뒤 오후 2, 3시께 사무실로 출근하는 현장중시 경영을 취임 이후 이어오고 있다. 실제로 최 사장은 지난해 본부 인력의 15%를 삭감하고, 이들을 영업점에 배치하는 조직 개혁을 단행했는데, 현장방문을 통한 직원과의 교감이 큰 작용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사장은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등 환경변화에 경쟁업체는 외부 인력충원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우리는 현재 인력조직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 밖에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일까. 현대증권은 올 상반기 기업공개 분야에서도 업계 최고인 20.3%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이제 최 사장은 '변신의 귀재'라는 별명도 얻게 될 전망. 재정경제부 세제실장과 조달청장을 지낸 정통 관료에서 대구 계명대 교수로 변신했던 그가 증권사 CEO로 명함을 바꾸고도 성공했기 때문이다. 최 사장은 "집 사람(조현주 경북대 교수) 걱정과 달리 민간에서도 나름대로 영역을 구축한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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