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가 침입해 위기에 처한 이웃을 구하려던 대학생이 격투를 벌이다 칼에 찔려 숨졌다. 용의자는 도주했다가 같은 날 자신이 일하던 사무실에서 목매 숨진 채 발견됐다.
19일 오후 7시10분께 경북 상주시 낙양동의 한 원룸에서 전형찬(24ㆍ경북대 상주캠퍼스 산림자원4)씨가 이 방에 침입한 김모(39)씨와 격투를 벌이다 김씨가 휘두른 과도에 찔려 숨졌다.
앞서 혼자 이 방에 살고 있는 회사원 박모(27ㆍ여)씨는 '세를 놓는다'는 광고를 낸 상태였고, 김씨는 "세 놓은 방을 보러 왔다"며 들어와 전자충격기로 박씨를 위협, 금품을 요구했다.
전씨는 당시 학교를 마치고 귀가해 책을 읽던 중 밖에서 들리는 시끄러운 소리가 이상해 옆집 문을 두드렸다. "무슨 일이냐"는 전씨에게 김씨는 현관문을 살짝 열며 "부부싸움이니 그냥 가라"고 소리질렀고, 그 순간 전씨는 "강도야"라는 박씨의 소리를 듣고 김씨와 격투를 벌이다 칼에 찔렸다.
자취생인데다 내성적이던 전씨는 출퇴근 시간대가 다른 박씨와 평소 안면도 없었다.
상처가 깊었던 전씨는 간신히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으나 과다출혈로 의식을 잃어 신고조차 못했다. 박씨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어떤 남자가 강도에 칼에 찔렸는데 보이지 않는다"는 말에 따라 119구급대를 대기시킨 채 전씨를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고, 사건 발생 30여분 뒤 집주인을 불러 바로 옆집 현관을 열었다가 숨진 전씨를 발견했다.
비보를 듣고 시신이 안치된 상주적십자병원으로 달려 온 전씨의 아버지(59)는 "2대 독자인 아들이 죽어 대가 끊겼다"며 통곡하다 실신했다. 아버지는 고향에서 장례를 치르기 위해 20일 오후 전씨의 시신을 경주로 옮겼다.
전씨의 입학동기인 전태옥(24)씨는 "형찬이는 평소 내성적이고 착했지만 책임감은 누구보다 강했던 친구여서 위기에 처한 이웃을 보고 나섰다가 변을 당한 것 같다"며 말했다.
추태귀 경북대 부총장은 "불의에 맞서 싸우다 운명을 달리한 전씨의 명복을 빌며 의사상자 지정을 요청하는 등 전씨의 뜻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상주=김용태 기자 kr88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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