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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 찬바람만 불면 콧물·두드러기… 혹시 한랭 알레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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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 찬바람만 불면 콧물·두드러기… 혹시 한랭 알레르기?

입력
2009.12.09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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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모(26ㆍ여)씨는 며칠 전 식당에서 찬물을 마시다 입술이 2배 이상 부풀어 오르는 이상한 경험을 했다. 이후 잠깐이라도 차가운 바람을 맞으면 흉측하게 얼굴과 손에 오톨도톨한 두드러기가 솟아 올랐다. 김씨는 마스크와 장갑 없이는 밖에 나가기도 두렵다.

스케이트 선수인 중학생 박모군은 찬바람만 불면 코가 막힌다. 유치원 시절부터 감기에 걸리면 십중팔구 코 막힘, 콧물 등 코 증상을 보이던 게 점점 심해지고 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호빵의 달콤한 냄새도 맡아본 게 언제인지 모를 정도다.

첫 눈의 낭만, 활기 넘치는 스키장, 크리스마스 캐럴 등 겨울을 만끽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찬 바람만 쐬면 두드러기가 나거나 콧물을 줄줄 흘리는 한랭 알레르기 환자다.

한랭 두드러기, 심하면 사망도

한랭 두드러기, 일명 '콜드 알레르기'의 주 원인은 과민한 면역반응이다. 추위 자극을 받으면 한랭글로불린, 한랭피브리노겐 등 한랭 관련 물질이 체내에서 쓸데 없이 합성돼 피부에 두드러기가 생기게 한다. 이런 반응은 정상인에게는 나타나지 않는다.

한랭 두드러기는 특히 집 밖에서 10도 이하의 찬 바람을 쐬다가 20도가 넘는 집 안에 들어올 때 급격한 온도 차에 의해 잘 생긴다. 팔, 다리에 생기는 것은 옷으로 가리면 되지만 눈 주위가 붓기도 해 사회생활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 민감한 사람은 아이스크림 정도의 찬 음식만 먹어도 혀와 기도가 부어 숨쉬기도 힘들어진다. 종종 수영이나 냉수욕을 하다 사망하기도 한다.

증상의 직접 원인은 찬 기운이지만 이상 반응을 보이게 하는 원인은 더욱 깊숙한 곳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서성준 중앙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편도선염, 인후염 등 세균 감염의 후유증이나 소염진통제, 항경련제 등 약물 후유증으로도 한랭 두드러기가 시작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항히스타민제 두드러기에 효과

자신이 한랭 두드러기인지 알아보기는 쉽다. 냉장고에서 얼린 얼음덩어리를 약 2분간 팔 안쪽에 올려놓은 뒤 다시 더워질 때 두드러기가 생기면 한랭 두드러기로 볼 수 있다.

진단은 비교적 간단하지만 완치할 수 있는 약은 아직 없다. 그래서 예방이 더욱 중요하다. 서 교수는 "급격한 온도 변화를 피하겠다고 추운데 있다 따뜻한 곳으로 가지 않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아예 차가운 바람에 피부가 노출되는 것을 막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치료에 대해 "완치는 어렵지만 항히스타민제 일종인 사이프로헵타딘, 독세핀, 세티리진 등이 증상 완화에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한랭 코막힘은 가열ㆍ가습 시스템 과민

한랭 알레르기성 비염은 코 내부 구조의 과민반응 때문에 발생한다. 겨울철 건조하고 차가운 공기는 코 내부 상비갑개, 중비갑개, 하비갑개 등 3개 층의 갑개를 통과하면서 혈관에 의해 순간적으로 데워지고 분비샘에 의해 습기를 머금는데 이 부분에 문제가 생기면 병이 된다.

정상인은 차가움을 느끼면 신경을 자극해 혈관이 팽창, 공기와 닿는 부분이 넓어져 공기를 데우고 주위가 따뜻해지면 바로 원상태로 돌아간다. 가습 기능을 하는 분비샘도 마찬가지로 작동한다. 그러나 환자들은 약간의 추위에도 이 시스템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부은 혈관과 분비샘이 정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혈관에 문제가 생기면 코가 막히고, 분비샘 이상은 콧물이 멈추지 않는 증상으로 이어진다.

한랭 비염에는 하비갑개 성형술

한랭 알레르기 비염은 대부분 하비갑개 성형술로 증상이 크게 개선된다. 하비갑개는 점막이 두껍고 다량의 정맥피를 포함하는 스펀지 같은 조직으로 과민 반응이 가장 잘 나타나는 부위다. 조중생 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과민 반응이 만성화해 비대해진 조직은 약물로는 잘 줄어들지 않아 대부분 수술한다"고 말했다. 수술은 내시경으로 30분 정도면 끝나고 입원기간은 길어야 이틀이다.

한랭 알레르기 비염도 찬바람이 원인이므로 찬 공기를 차단하는 옷차림은 기본이다. 더 중요한 것은 코와 차가운 바깥 공기와의 완충지대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조 교수는 "마스크를 써서 코로 찬 공기가 바로 들어오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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