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는 기축년에 모처럼 어깨를 폈다. 각급 축구 국가대표팀이 국제 무대에서 전례 없이 좋은 성적을 거두며 팬들의 얼굴을 활짝 펴게 했다.
선봉에는 '태극 전사'의 맏형인 '허정무호'가 섰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B조에서 무패 가도를 이어가며 4승4무(승점 16)로 조 1위를 차지,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남아공행의 일등공신은 '한국 축구의 대들보' 박지성(28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다.
박지성은 지난해 10월 대표팀의 주장 완장을 찬 후 그라운드 안팎에서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하며 팀의 구심점 노릇을 톡톡히 해냈고, 고비마다 결정적인 득점포로 '허정무호'를 위기에서 구해냈다.
'허정무호'의 남아공행 최대 고비는 지난 2월 11일(이하 한국시간) 테헤란에서 열린 이란과의 최종예선 4차전 원정경기였다. '원정팀의 무덤'으로 불리는 테헤란 경기에 부담을 느낀 허 감독은 1월 제주도에서 K리거들을 소집, 일찌감치 원정 준비에 나섰고 두바이 전지훈련을 거쳐 테헤란에 입성했다.
그러나 경기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후반 12분 자바드 네쿠남에게 프리킥 선제골을 내주며 0-1로 끌려 갔다. 패색이 짙어갈 무렵, 박지성이 천금의 헤딩 동점골을 터트렸다. 박지성은 기성용(20ㆍ셀틱)의 대포알 같은 프리킥 슈팅을 상대 골키퍼가 쳐내자 몸을 던져 헤딩슛, 골네트를 갈랐다. '허정무호'가 남아공으로 가는 가장 험난한 관문을 무사히 넘어서는 순간이었다.
대표팀은 서울에서 열린 북한과의 최종예선 5차전에서 김치우(서울)의 프리킥 결승골로 1-0으로 승리, 본선 진출의 8부 능선을 넘어섰고 6월6일 두바이에서 열린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의 6차전에서 2-0으로 꺾으며 최소 조 2위를 확보,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사상 최초의 남북한 월드컵 본선 동반 진출도 박지성의 발 끝에서 비롯됐다.
본선 진출이 확정된 '허정무호'는 6월1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배수의 진을 친 이란과 예선 최종전을 치렀다. 한국을 무조건 꺾고 북한 경기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몰린 이란은 후반 6분 쇼자에이의 선제골로 앞서 나갔지만 박지성은 전매특허인 왼발 슛으로 후반 36분 동점골을 터트리며 이란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북한의 본선행 전망이 밝아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박지성의 동점골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원정 최종전 부담을 던 북한은 무승부로 경기를 마무리하며 잉글랜드월드컵 이후 44년 만의 월드컵 본선 진출 꿈을 이뤘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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