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노사 관계에 새 지평이 열렸다. 1997년 이후 13년간 유예됐던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이라는 기준이 노사 관계에 적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법 과정 논란 만큼이나 시행에 따른 여진도 심각하다. 새로 도입되는 제도의 내용과 남은 과제가 무엇인지 2회에 걸쳐 짚어 본다.
전임자가 뭐길래
노조는 전임자를 둬 단체협약 등 노사 공동의 이해 관계 활동을 전담케 한다. 하지만 이들 중 일부는 상급단체에 파견되거나 다른 업무를 보곤 한다. 전임자 과잉이다. 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전임자 1인당 조합원 수는 1993년 183명, 2005년 154명, 2008년 149명으로 계속 줄었지만 일본 600명, 미국 800~1,000명, 유럽 1,500명과는 아직 차이가 크다. 또한 1,000명 이상 사업장의 경우 단협상 전임자 수는 평균 19명이지만 실제로는 평균 24명이 활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명한 가이드라인이 없다 보니 노사가 암묵적으로 무소임 전임자를 슬쩍 끼워 넣고 있는 것이다.
타임 오프를 대안으로
7월부터 적용되는 타임 오프(time off·근로시간면제)는 전임자의 양산을 막고 적정선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다. 전임자라는 지위가 아니라 노조 활동 시간의 총량을 정해 하는 일에 따라 임금을 지급한다. 노조는 타임 오프 범위 내에서 이전처럼 전임자를 둘 수도 있지만 총 시간의 상한선이 정해져 있어 전임자 수가 줄어들기 마련이다. 특히 기존 시행됐던 노조법은 전임자 임금 과다 요구 등 부당노동행위가 적발될 경우 사용자만 처벌했지만 개정안은 노조도 함께 처벌하기 때문에 압박의 강도가 훨씬 세졌다.
개정안은 타임 오프의 범위를 '사용자와의 협의 및 교섭, 고충 처리, 산업안전 활동, 건전한 노사 관계 발전을 위한 노조 유지·관리 업무'로 규정했다. 따라서 단체협약을 체결하거나 근로 환경을 개선하는 등 사용자도 흔쾌히 인정하는 활동에 대해서는 임금을 받을 수 있다. 다만 파업에 참가하거나 이를 위한 회의, 준비 과정 등에 대해서는 사용자가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내용 절차 모호… 논란 소지
타임 오프는 기본적으로 모호한 제도여서 논란의 소지가 많다. 특히 타임 오프 관련 규정 가운데 노조 유지·관리 업무 부분에 대해 노사 모두 불만이다.
노동계는 쟁의행위와 관련된 활동을 타임 오프에서 제외한 것에 반발하고 있다.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이 무시된다는 것이다. 또한 노조 업무를 병행하면서 업무 성과가 떨어질 경우 인사상 불이익을 막는 장치가 없어 노조가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반면 사용자는 노조 유지·관리라는 명목으로 타임 오프의 범위가 확대된 것이 못마땅하다. 지난달 노사정 합의에 빠졌던 내용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노조가 우길 경우 타임 오프 포함 여부를 놓고 쟁송의 여지가 상당한 점도 부담이다.
사측은 개정안 부칙에서 7월 이전 맺어진 기존 단체협약을 유효 기간까지 인정하도록 한 점 역시 불만이다. 단협은 2년 단위로 맺기 때문에 올 상반기에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위해 단협을 갱신해도 2012년까지 전임자 임금을 지급할 수 있다.
4월까지 상한선 마련
정부는 2월 말까지 시행령을 내놓고 4월 말까지는 타임 오프 상한선을 정할 방침이다. 상한선은 노동계 경영계 정부가 각각 5명씩 추천해 모두 15명으로 구성되는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가 결정한다. 따라서 내부 요구 사항을 추가로 관철시키기 위한 노사의 격돌이 불가피하다.
물론 위원회가 기한 내 결정하지 못할 경우 정부 추천 5명이 최종 결정권을 갖도록 안전 장치를 마련했다. 하지만 정부의 중재가 원만하지 못할 경우 현장에서 노사 불만이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개정안에 반대하는 민주노총이 4월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어 공이 어디로 튈지 아직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