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만 교과부 장관이 7일 "2013학년도부터 대입 수시전형에서 대학들이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성적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함으로써 향후 대입 전형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안 장관의 이 같은 언급은 다분히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안 장관은 지난해 하반기 대학 총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수시에서는 수능 성적이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우수 학생을 변별하는)다른 참고 자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고, 교과부도 필요성을 인정해 '한국형 영어시험'인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성적을 수시 전형때 토플 등의 대체용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계에서는 당장 토플과 토익 위주의 수시모집 외국어특기자 전형에 미칠 영향과 함께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난이도를 주목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201학년도 입시에서 전국 180여개 대학이 수시 외국어특기자전형을 실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대학들은 토플 토익 점수 등을 주요 전형요소로 활용해 신입생을 선발했지만, 이런 경향은 현 중학교 3학년생들이 대학에 들어가는 2013학년도 입시부터 바뀐다.
관건은 국가영어능력시험이 전형 요소로 변경될 경우 수험생들의 유ㆍ불리 여부다. 교과부 관계자는 "국가영어시험은 사실상 성인용 테스트인 토플 토익 등에 비해 난이도가 낮기 때문에 수험생 입장에선 준비하는 데 훨씬 부담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교과부가 개발중인 국가영어시험을 지난해 3차례 시범 시행한 결과에서도 기존 영어인증 시험에 비해 난이도는 낮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험을 개발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관계자는 "듣기, 읽기, 말하기, 쓰기 등 4개 부문으로 나눠 실시된 국가영어시험 난이도는 정상적인 학교 교육을 이수한 학생이면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들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수능 영어 수준을 크게 넘어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결국 공교육이 국가영어시험 대비 능력을 학생들에게 얼마나 길러주느냐가 이 시험의 정착을 위한 과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또 다른 사교육 유발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학교 교육만으로는 국가영어능력시험 준비를 하기란 어려워 많은 학생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외국어(영어) 영역처럼 별도 사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김용근 종로학원 평가이사는 "국가영어시험을 대부분 대학들이 반영할 게 확실시되지만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영어교육이 이뤄지지 못한다면 사교육 시장에 자리를 넘겨주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로운 시험 형태를 마련하는 것 못지 않게 공교육에서 이를 준비하고 역량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각종 입시, 취업 및 승진, 공기업 임용 등과 관련해 영어시험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응시자들이 토익 토플 등 해외개발 영어시험에 의존하고 있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됐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문항 개발 작업을 하고 있으며 지난해 약 2만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3차례 예비시험을 치렀다. 일본 중국 등도 이미 국가 주도의 영어능력평가시험을 시행하고 있다.
박철현 기자 k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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