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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병 딸에 신약을…" 식약청 움직인 母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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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병 딸에 신약을…" 식약청 움직인 母情

입력
2010.01.13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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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가 좋은 약이 있어도 비용 때문에 먹일 수 없는 엄마 마음은 살을 도려내는 것 같고 심장이 타는 듯합니다."

난치성 간질의 일종인 희귀병 드라벳증후군(Dravet's Syndrome)을 앓는 여덟 살 난 딸을 둔 원정선(37)씨. 마른 하늘에 이런 날벼락이 없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딸이 듣지도 보지도 못한 병에 걸린 것도 가슴 아프지만, 치료마저도 제대로 해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원씨가 지난달 말 식품의약품안전청 홈페이지 '청장과 대화'코너에 '희귀의약품 때문에… 제발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이유다. 유전자 변이로 발병하는 드라벳증후군은 중증 근간대성 간질(Severe Myoclonic Epilepsy of Infancy)로, 일반적인 간질약은 거의 듣지 않는다.

환자들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크고 작은 발작 탓에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거의 불가능하다. 국내에서 확인된 환자는 겨우 100여 명에 이를 정도.

원씨의 딸 나윤이의 증상도 비슷했다. 생후 8개월에 이 병의 진단을 받은 나윤이는 2~5초 정도 이어지는 가벼운 발작을 하루 100회 이상 일으키고, 치료가 필요한 큰 발작도 한 달에 두세 번씩 한다. 대발작이 일어날 때마다 응급실을 찾아 항경련제 주사를 맞아야 겨의 발작이 멈춘다. 현재로선 초등학교 입학은 꿈도 못 꾼다.

이런 나윤이에게 희소식이 들려온 것은 지난해 말. 약도 제대로 없어 사실상 희망을 버렸는데, 주변에서 드라벳 환자에게 효능이 있는 희귀의약품이 나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프랑스에서 허가된 '다이아코밋(Diacomit)'이 바로 그것.

수소문해 보니, 하루에 두 번 먹여야 하는 한 달 약값만도 200만원이 넘었다. 수입 여부도 문제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는 먹일 수 있는 없는 현실이 원씨의 가슴을 후볐다.

하지만, 원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보건복지가족부, 식약청, 국회, 대한간질협회, 한국희귀난치성질환협회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거나 기관장에게 "건강보험을 적용해 달라"는 메일을 보냈다. 의약품 수입 허가를 담당하는 식약청은 결국 원씨의 사연을 듣고, 다이아코밋에 대해 '긴급 도입'적용을 내렸다.

긴급 도입이란 까다로운 수입 절차를 거치는 대신에, 해외에서 입증된 안전성 등을 그대로 인정해 의약품이 빨리 수입되도록 하는 이례적 절차다.

식약청은 아울러 이 약품의 건강보험 적용을 위해 산하기관인 희귀의약품센터를 통해 복지부에 건강보험 적용을 요청토록 했다. 복지부도 당초 '150일 이내'로 돼 있는 보험급여 적용 결정 시한을 '100일 이내'로 앞당겨 가급적 빨리 고시할 예정이다.

"너무 감사합니다. 잘 키우겠습니다. 이런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아직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연락을 받지 못했다는 원씨는 보건당국의 빠른 조치에 울음 섞인 목소리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연거푸 이어갔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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