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20ㆍ고려대)의 금메달 뒤에는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하는 초일류 지원군들이 버티고 있었다.
김연아를 '피겨 유망주'에서 '피겨 여제'로 만든 일등공신은 브라이언 오서(49) 코치. 김연아가 연기를 마치자 두 손을 번쩍 치켜들고 수 차례 휘저으며 금메달을 확신한 오서 코치는 현역 시절 남자 개인 싱글 최정상의 자리에 서고도 올림픽 금메달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고난도 기술인 트리플악셀을 주니어 선수로는 처음 성공시킨 주인공으로 '미스터 트리플악셀'로 불렸다. 그러나 1980년부터 세계 무대를 평정하고도 84년 사라예보 동계올림픽과 88년 캘거리대회에서 잇따라 은메달에 머물며 비운의 스타로 기억된 채 은퇴했다.
특히 캘거리대회 전 5개 세계대회에서 연속 우승을 거두며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쇼트프로그램에서 3위에 그친 데다 프리에서는 라이벌인 브라이언 보이타노(미국)의 호연기에 심적 부담을 느낀 탓에 실수를 저지르며 결국 0.1점차로 금메달을 놓쳤다.
오서 코치는 지난 24일 김연아가 쇼트프로그램에서 바로 앞서 출전한 아사다 마오(일본)가 시즌 최고점을 세우자 22년 전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며 끊임없이 김연아에게 말을 건네며 안정을 시켰다.
2007년 3월부터 김연아와 손을 잡은 오서 코치는 김연아의 장점을 살려내면서 괄목할 만한 성과들을 쏟아냈다. 2007년부터 그랑프리파이널 2회 우승과 그랑프리 시리즈 7개 대회 연속 우승, 지난해 4대륙 선수권대회 및 세계선수권 우승의 빛나는 업적을 만들어냈다.
자신의 전공이었던 트리플 악셀을 비롯한 점프 비법을 완벽하게 전수했고, 음악을 표현하는데 익숙하지 않았던 김연아의 예술성을 높이는 데도 큰 몫을 했다.
오서 코치는 올림픽을 앞두고 "김연아가 금메달을 따면 무대 뒤에서 펑펑 울 것"이라고 밝혔다. 눈물은 참았지만 22년 전의 한(恨)을 3년간 자신을 믿고 따라온 제자가 풀어 준 가슴 벅차 오르는 순간이었다.
훌륭한 지도자를 만난 김연아도 잦은 부상으로 비롯된 위기를 넘기며 스케이트를 즐기기 시작했다. 김연아는 "오서 코치와 처음 만났을 때 쑥스러움을 많이 탔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성격도 바뀌었다. 지금은 많은 사람 앞에서 연기하는 게 좋아지고 익숙해졌다"며 오서 코치에게 큰 공을 돌린 바 있다.
세계적인 안무가 데이비드 윌슨 코치와 트레이시 윌슨 스케이팅 코치, 그리고 빈틈없이 김연아의 몸 상태를 점검해 온 송재형 물리치료사의 공로도 빼놓을 수 없다. 김연아가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 IB스포츠와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지원도 큰 힘이 됐다.
밴쿠버=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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