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TV의 주말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 시청률이 8일 30.0%(AGB닐슨 조사)를 기록했다. 지난주에 비해 6% 가까이 오른 수치다. 특별히 재미있는 코너를 준비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도 아니었다. 대체 ‘해피선데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날 TV편성표를 보면 바로 답이 나온다. ‘해피선데이’가 방송된 오후 6~8시 KBS1 TV, MBC, SBS는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2010 밴쿠버올림픽 선수단 환영 국민대축제’를 동시에 생중계했다. 이 시간대 방송되던 KBS1 TV ‘도전 골든벨’은 결방됐고,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와 SBS ‘일요일이 좋다’는 시간을 앞당겨 방송했다. “채널을 아무리 돌려도 온통 올림픽축제 방송을 하니, 볼 게 없어 ‘해피선데이’를 봤다”는 한 시청자의 말대로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권은 완전히 무시됐다.
그렇다고 올림픽축제 시청률이 좋았던 것도 아니다. KBS1 TV 6.4%, MBC 4.0%, SBS 4.2% 등으로 다 합쳐도 14.6%에 불과해 동시간대 방송한 ‘해피선데이’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지난달 21일 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 여자 슈퍼대회전 예선 하이라이트 시청률(14.8%)보다 저조했다.
방송 3사는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SBS의 올림픽 단독 중계를 두고 자화자찬(SBS)과 흠집내기(KBS, MBC)로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이들은 SBS가 갖고 있는 6월 남아공월드컵 방송권 분배를 두고 또 한번의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 그들이 황수경(KBS) 신동진(MBC) 김정일(SBS) 등 회사별로 아나운서까지 동원해 사회를 보게 한 것을 두고 방송계 안팎에서는 “가뜩이나 사이가 좋지 않은 3사가 손을 맞잡은 건 공동 중계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을 보려는 속셈”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회 풍자로 인기를 얻고 있는 KBS2 TV ‘개그콘서트’의 장동혁이 이날 방송을 봤다면 분명 호통을 쳤을 게다. “시청자들이 실험용 쥐야? 똑같은 화면 보여주면서 화 내는지 간 보는 거니?”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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