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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 2~3개 드라마 겹치기 출연 난무… "배우가 그렇게 없나"

입력
2010.03.15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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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ㆍ화요일에는 역관 출신 국제 무역상(SBS '제중원'), 수ㆍ목요일에는 조선 16대 임금 인조(KBS2 TV '추노'), 주말에는 한양 육의전 대방(KBS1 TV '거상 김만덕'). 금요일만 빼고 일주일 내내 안방극장을 찾아가는 김갑수가 최근 연기하고 있는 배역이다. 구한말 청년들의 정신적 지주에서 모사꾼까지, 프로그램에서마다 변신하는 그를 두고 시청자들은 팔색조 매력이나 연기력을 논하기보다 "지금 무슨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지 헷갈릴 정도"라고 불만을 털어놓는다.

겹치기 출연은 김갑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정한용은 KBS2 TV 월화 드라마 '부자의 탄생'에서 주인공이 사는 셋방의 주인 아저씨로 나온다. 가진 것 없는 사람인지라 수시로 아내에게 바가지 긁히기 일쑤인데도 사람좋은 웃음으로 일관하는 캐릭터다. 그러나 MBC 주말 드라마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에서는 돈이 되는 일이라면 가리지 않고 덤벼드는 탐욕의 화신으로 분한다.

또 윤기원은 한량에서 노비로 신분의 벽을 넘나든다. '제중원'에서는 기생들과 술판을 벌이고 노는 것에만 관심을 두는 부유한 양반가의 게으른 한량이다가, '추노'에서는 세상을 뒤엎고자 손을 맞잡은 동료에게까지 사기를 치는 약삭빠른 노비로 나온다.

겹치기 출연은 시간의 벽도 허물었다. 김응수는 현대극 '부자의 탄생'에서 그룹 회장이다가 사극 '추노'에서는 권력욕의 화신인 이경식 대감으로 현재와 과거를 오간다. KBS2 TV 주말극 '수상한 삼형제'에서 강단있는 여검사였던 윤주희는 '추노'에서는 주모 역할을 맡고 있다. '추노'에서 의리의 돌쇠 곽한섬으로 열연한 조진웅은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에서는 망나니 재벌집 아들이다.

이처럼 배우들이 신분과 시간의 벽을 넘나들며 열연을 펼치고 있지만 그들을 보는 시청자의 눈은 곱지않다. 한 시청자는 "조연이기는 하지만 배우가 2~3개 드라마에 겹치기 출연하는 건 드라마의 질을 떨어트리는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배역마다 특성이 있는데 동시에 출연하다 보면 아무래도 인물에 대한 분석, 몰입이 부실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시청자는 "제작진이 눈에 띄는 배우만 섭외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라며 "한국에 배우가 그렇게도 없느냐"고 반문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연기력을 검증받은 배우들이 많지 않아 몇몇 배우들의 겹치기 출연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드라마 제작자들이 새로운 얼굴을 발굴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배우 기근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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