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시인이자 소설가 이상(본명 김해경ㆍ1910~1937)이 경성고등공업학교(경성고공) 건축과 재학 당시 3년 내내 1등을 차지하며 수석 졸업한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권영민 서울대 교수는 24일 "최근 이상의 경성고공 학적부 원본을 입수했다"며 "이상은1~3학년 성적이 모두 건축과 동급생 중 수위였고 졸업할 때도 평균 81점으로 수석을 차지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이날 발행된 월간 '문학사상' 4월호에 이상의 학적부 등 발굴 자료를 공개했다.
경성고공은 지금의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 있었던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 최고 수준의 이공계 공립 전문학교다. 이상은 신명학교, 동광학교, 보성고등보통학교를 거쳐 1926년 이곳에 입학해 1929년 졸업했다. 이상은 그 해 건축과 졸업생 12명 중 유일한 한국인이었고, 졸업 후 조선총독부 내무국에서 건축기사로 일했다.
학적부에 따르면 이상은 영어 성적이 특히 뛰어나 3년 내내 90점 이상을 받았다. 반면 체조 과목은 매 학년 70점대였다. 1학년 때 수강한 일본어ㆍ조선어 성적은 84점, 수학과 물리학은 각각 71.3점, 73.3점이었다. 전공 과목은 건축계획, 건축사, 건축장식법 등에서 85점 이상을 받은 반면, 제도(製圖) 실습에서는 70점대 초반의 점수를 받았다.
이상은 학적부에 성품이 '온순'하며, 행실은 '양'(良ㆍ착함), 특기는 '주산, 의장(意匠ㆍ장식)'이라고 기록돼 있다. 신체 기록은 키 167.6㎝, 가슴둘레 82㎝, 체중 51.7㎏였다.
권 교수는 또 "이상의 아버지의 제적등본도 새로 발굴, 그동안 김연창(金演昌)이라고 알려졌던 그의 실제 이름이 김영창(金永昌)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