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원 할아버지'가 왔다.
2008년 쓰촨(四川)성 지진 당시 현장에서 "원 할아버지가 왔다, 너희들을 곧 구해줄 것"이라며 매몰자들을 향해 "힘을 내라"고 외치며 구조작업을 진두 지휘해 깊은 인상을 남겼던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칭하이(靑海)성 위수(玉樹)현 지진 현장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원 총리는 "서두르자, 지진발생 72시간 내에 생존자를 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구조작업을 독려했다.
진도 7.1 규모의 강진발생 사흘째를 맞은 위수현에는 16일 아직 건물더미에 깔려 구조의 손길만을 애타게 기다리는 생존자들을 찾기 위한 구조작업이 숨가쁘게 이뤄졌다. 원 총리는 15일 예정된 동남아 순방을 취소하고 현장을 찾았고,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브라질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가 끝나자 마자 급히 귀국길에 오르는 등 지진피해는 수습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칭하이 지진지휘본부는 사망자 791, 실종자 294명, 부상자 1만1,486명 등으로 이중 중상자가 1,176에 달해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강진으로 1만5,000여 채의 가옥이 파괴됐고, 1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가장 피해가 심한 위수 장(藏)족자치구의 제구(結古)진 직업기술학교는 건물 절반이 완전히 무너져 학생 20명이 사망했고, 현재 폐허더미에 50명의 학생들이 갇혀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구조대원들은 지진발생 72시간이 경과하는 이날 자정을 넘기기 전에 한 명이라도 더 구해내기 위해 사력을 쏟고 있다. 그러나 750여 차례 발생한 여진충격과 피해지역이 해발 4,000m이상의 고산지대여서 구조작업에 큰 어려움이 뒤따르고 있다.
기적도 있었다. 다섯 살 된 여자아이가 매몰된 지 30시간 만에 무사히 구조됐다. 장족 소녀 쭤마(卓瑪)는 무너진 집 건물더미에 묻혀 30시간 동안 사투를 벌이다 인민해방군 병사들에 구조됐다고 광저우(廣州)일보가 이날 보도했다. 그러나 쭤마의 부모는 숨진 것으로 확인돼 주위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한편 중국정부가 대만 등 주변국가들의 지진 구조대 파견 제의를 거부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만관영 중앙통신은 "칭하이성이 소수 민족이 많이 사는 민감한 지역인데다 그 옆이 바로 티벳 자치구여서 혹시 외부세력들이 민족감정을 자극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장학만 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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