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의 창업공신으로 사실상 2인자로 불리는 이재오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여의도로 복귀했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낙선의 고배를 마신 뒤 미국 해외연수를 다녀왔고, 국민권익위원장을 맡는 등 우여곡절 끝에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서울 은평을에서 화려하게 재기한 것이다. 그의 당선은 여당의 6ㆍ2 지방선거 참패와 야권의 후보단일화라는 최악의 조건을 뚫고 이뤄졌다. 이 전 위원장의 복귀는 향후 당내는 물론 여권 전체, 정국 운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전 위원장은 당선 소감에서 "지방선거 이후 여당이 쪼그라드는 분위기였는데 다시 힘을 실어줌으로써 (국정을) 안정시켜달라는 국민의 요구가 은평주민에게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내가 선거운동을 잘해서 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힘을 내서 일을 더 잘해달라는 격려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 전 위원장은 이어 "이번 선거에서는 은평구 발전을 기대하는 주민들의 욕구가 강했다"며 "공약을 지키기 위해 서울시당과 함께 공약이행 점검팀을 만들어 내일부터라도 실천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이 전 위원장의 귀환은 일단 당내 권력 구도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 동안 당내 주류이면서도 구심점이 약했던 친이계 의원들의 결집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현재 당내 친이계 중에서 친이재오계로 분류되는 의원은 20~30명 정도다. 하지만 이 전 위원장이 복귀함에 따라 90~100명에 이르는 친이계 의원들이 그를 중심으로 결속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강성'의 이 전 위원장이 친이계를 중심으로 당 운영을 주도할 경우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한 친박계와의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현재 당내에서 계파모임 해체 등의 주장이 나오는 상황이어서 이 전 위원장이 친박계와의 화합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여권 전체로 봤을 때도 이 전 위원장의 복귀가 갖는 의미는 크다. 그 동안 이 전 위원장은 줄곧 당청간의 가교 역할을 자임해 왔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집권 후반기를 맞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 추진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여야 관계에도 한나라당이 이 전 위원장을 중심으로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야당과 확실한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이 있다.
한편 이번 선거에서 이 전 위원장의 '나홀로 선거운동' 전략이 상당한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선 소감에서 스스로 "나홀로 선거운동이 주민 가슴에 와 닿았다"고 밝혔듯이 중앙당 지원을 일절 사절한 채 지역구 구석구석을 홀로 누빈 것이 정권심판으로 선거를 몰고 가려던 야당의 전략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는 분석이다.
▦경북 영양ㆍ66세 ▦영양고·중앙대 경제학과 ▦민중당 사무총장 ▦15~17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사무총장 ▦한나라당 원내대표 ▦국민권익위원장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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