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늘로서 매주 써온 '나의 꿈 나의 도전'을 끝내고자 합니다. 민중당 창당을 통해 정치권에 진입하면서 재야민주화운동을 끝내는 것으로 이 글도 끝내게 됐습니다.
그 동안 졸고를 연재해준 한국일보사에 감사드립니다. 또한 재미도 없는 글인데도 저를 격려하는 뜻에서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특히 저의 사려깊지 못한 판단에 대해 질책해주신 분들에게는 제 견해가 옳지 않을 수 있음을 제 자신이 잘 알고 있다는 말씀으로 양해를 구합니다.
그런데 저는 정치권에 진출하여 많은 실패를 거듭했습니다. 저의 이런 정치적 실패로 가까운 분들에게 엄청난 실망과 고통을 안겨드렸습니다. 심지어 저를 잘 모르는 분들조차 저의 정치적 실패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것을 보면서 송구스럽기도 했지만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는 것으로 여겨져 무척 고맙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제 자신이 겪은 고통 또한 엄청나게 컸습니다. 심지어 일가친척이나 고향분들에게 변명할 말이 없어 만나기조차 겁이 날 정도였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저는 그 동안 기성정치권으로부터 함께 하자는 제안을 많이 받았습니다. 특히 김대중 전대통령의 경우 저를 끌어들이기 위해 측근인 설모씨를 통해 생활비로 상당한 액수의 돈을 매월 보낸 일도 있거니와(저는 이 돈을 두어달 받고는 돌려드렸음), 대통령 재임 중에는 김모 장관을 통해 국민의 정부에 참여할 것을 권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한나라당의 이회창총재도 여러 차례 만나자는 연락을 해 왔으나 한나라당에 입당할 생각이 없어 만남 자체를 거부했습니다.
그런데 한나라당에서 중책을 맡고 있던 저의 후배 김모씨는 오랜 시간 온갖 논리를 내세워 저를 설득하다가 마침내는 '누구를 위해서 한나라당으로 오라는 게 아니라 형님 고생하는 걸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오라는 거요'라고 말하면서 함께 부둥켜안고 울먹인 일도 있습니다. 그리고 2004년 총선 직전에는 '전국구 최상위 순번에 배정할 테니 한나라당으로 오라'는 제안도 받았습니다.
이처럼 저는 제 나름의 정치를 고집하는 데 따른 고통이 엄청나게 크고, 특히 저와 가까운 분들에게는 죄스럽기까지 하며, 그리고 이런 고통에서 벗어날 길이 있었는데도 제 나름의 정치를 고집한 것은 저의 정치적 꿈과 역사의식 때문입니다.
저는 본래 인간해방의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민주화운동에 뛰어든 데다 정보문명시대야말로 인간해방의 시대가 되리라고 확신하는 터라 인간해방을 실현할 정치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데다 저는 여러 측면에서 인간해방의 사회를 건설해야 할 역사의 소명을 부여받고 있는 것으로 판단돼 인간해방의 사회 건설을 포기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인간해방이라고 하면 흔히들 인류의 이상일 뿐 그것이 이루어질 수는 없으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더욱이 인간해방을 추구한다면 사회주의를 신봉하는 것으로 간주되기도 합니다. 그런 데다 동유럽사회주의국가들의 붕괴와 더불어 사회주의가 인간해방의 이념이 될 수 없는 것은 물론 인간해방의 사회는 건설될 수 없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는 사회주의국가들이 붕괴됐다고 해서, 또 사회주의가 인간해방의 이념이 될 수 없다고 해서 인간해방의 사회 건설이 불가능하리라고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정보문명시대의 도래로 인간해방의 사회 건설이 더 확실해졌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다만 사회주의는 인간해방의 이념이 될 수 없다고 보며, 정보문명시대에 맞는 새로운 인간해방의 진보이념을 정립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신문명 국가비전', '한국경제, 이래야 산다' 등의 책을 통해 정보문명시대에 인간해방을 실현할 새로운 진보이념으로 '민주시장주의'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정보문명시대에는 인간해방을 실현할 이념과 정책이 아니고는 정보문명시대에 나타나는 중요 현안 곧 대량실업, 소득양극화, 환경파괴, 인간성상실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 인간해방은 인류의 이상이고 또 인간해방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에만 그것을 실현해야 하는 게 아니라, 인간해방을 실현할 이념과 정책이 아니고는 오늘 우리사회가 직면한 여러 사회현안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도 그것을 실현해야 하겠다는 겁니다.
지금 세계는 문명의 전환 곧 정보문명시대의 도래로 인간해방이냐 사회붕괴냐의 갈림길에 처해 있습니다. 정보문명시대에 맞는 새로운 인간해방의 이념과 정책을 정립해서 이에 입각해 사회를 운영하고 삶을 영위하면 해방된 삶을 살 수 있겠지만, 만약 인간해방의 이념을 강구하지 않는다면 경제파탄과 사회갈등 등으로 사회가 붕괴하고 인생이 파탄하는 대재앙을 맞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의 문제이며, 특히 선진국일수록 더 심각한 상황입니다. 미국이나 일본, 유럽국가들 모두 비슷한 상황입니다. 일본의 경우 '잃어버린 10년'을 넘어 '잃어버린 15년'을 맞고 있지만 문제의 해결은커녕 더 심화되고 있습니다. 문명전환의 관점에서 새로운 인간해방의 이념을 강구한다면 인간해방의 나라를 건설할 수 있을 텐데도 재래식 방법에 매달려 있다 보니 사회붕괴의 길로 치닫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제가 주창하는 인간해방의 이념인 민주시장주의와 이에 입각한 각종 정책은 우리나라만의 발전방안이 아니라 21세기 전 세계의 발전방안도 되리라는 게 제 판단입니다.
요컨대 저는 인간해방의 사회를 건설하라는 역사의 소명에 따라 정치를 하고 있으니 제가 힘들다거나 가까운 분들에게 고통을 안겨드린다고 해서 인간해방의 정치를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저의 이러한 소명의식을 시조 형식으로 밝히면서 이 연재물을 끝맺습니다.
인간해방 이루라는 역사의 소명따라
온갖노력 다했건만 아직도 못이뤘네
아무리 어렵다해도 마침내는 이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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