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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원의 자녀 교육보감] <27> 말과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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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원의 자녀 교육보감] <27> 말과 행동

입력
2010.10.26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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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들은 대부분 부모의 바람과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 부모는 그들에게 ‘공부하라’는 얘기를 귀에 딱지 생기도록 해보지만 아이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만 관심을 보인다. 결국 이들은 갈등관계에 놓이고,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된다.

그래서일까. 우리나라에서 사교육이 담당하는 역할은 다양하다. 부모와 자녀가 가정에 함께 있으면 다투는 일들이 자주 생긴다. 때문에 학교나 학원은 이들의 마찰을 피할 수 있도록 돕는 대피장소 기능을 한다. 부모의 사교육 기관을 향한 요구조건도 ‘가르치는 것’에서 ‘공부를 시키는 것’으로 이동하고 있다.

기본적인 수업도 필요하지만, 아이 혼자 있으면 공부 자체를 하지 않는다. 그러니 학원에서 공부를 시켜달라는 부모의 요구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 그래서 ‘가르치는 강의 중심’이 아니라 ‘공부시키는 관리 중심’의 학원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전통적인 학원 모델이 아니라 자기주도 학습이라는 기치를 내건 변종 사교육 형태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를 학원에 보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일까. 스스로 알아서 공부하는 아이를 기대하는 것은 부질없는 희망사항일까.

그동안 다양한 가정 방문 상담 경험을 종합해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사실이 있다. 아이의 생활태도나 공부습관은 가정 생활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부모들이 자녀에게 말을 쉽게 내뱉거나, 잔소리가 심하다면 결과는 뻔하다. 이런 집의 아이들은 대부분 게으르거나 공부습관이 엉망이다. 가정에서 자녀가 부모와 함께 생활하면서 보고 배운 대로 행동한다는 말이 딱 들어 맞는다. 자녀 교육 전문가의 상담을 통해서도 실패 가능성이 매우 높은 부모들 유형이 있다. 바로 아이들에게 잔소리만 하고, 행동보다 말이 앞서는 이들이다. 특히 아이를 자기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은 심각하다. 이들은 몇 마디 말로 자녀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주로 ‘말’이라는 수단을 통해 아이에게 요구하고 지시하는 경향을 보이는 부모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사람의 생각이나 행동은 결코 외부에서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 없다고 한다. 다른 이에게 영향을 미치고 싶다면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거나 의견을 내는 방법 밖에는 없다. 사춘기를 거치기 전에는 부모의 지시나 요구에 잘 따르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 시절에는 자아의식이 약하고 경험이 부족해 부모 의견을 참고해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말로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모범을 보이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말보다 행동이 어렵기 때문이지만 생각을 달리하면 오히려 쉬운 방법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아이를 우등생으로 만들기 위해 부모들이 노력하는 다양한 방법과 비교해보기 바란다. 돈이 많이 들고, 부작용도 심하지만 부모가 모범을 보이는 방법은 전혀 그렇지 않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메모했다가 나중에 전달하자. 거부감이 줄고, 의도도 잘 전달된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부모 자신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좋다. 아이에게 모범을 보이기 위해 ‘억지춘향’ 식으로 하면 곤란하다. 아이를 자극하기 위한 모범은 대부분 실패하거나 부작용을 낳는다. 아이가 아니라 부모 스스로를 위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노력하는 모습이 ‘진정한 모범’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가정에서 좋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도 모범을 보이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가정환경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설명하는 데 적합한 말이 있다. 바로 ‘견물생심(見物生心)’이다. 공부방인데 침대가 놓여 있고, 컴퓨터에 심지어 책장에 만화책까지 꽂혀 있다면 사실상 공부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부모는 TV를 보면서 입으로만 아이에게 공부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갈등만 부추킨다. 참고로 아이 몰래 컴퓨터를 일부러 고장 내고, 대형 TV에는 청 테이프로 ‘X’ 표시를 했더니, 아이의 공부 습관이 변했다는 사례도 있다. 방을 각자 사용하는 형제를 한 방에 모아 침실과 공부방으로 구분하면, 학습 집중도가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자녀에게 간절한 소망을 담아 공부할 것을 요구해도 그것이 ‘말’뿐이라면 말이 갖는 한계에 부딪친다. 부모의 평소 행동과 아이에게 말로 요구하는 내용이 다르면 거부감을 유발한다. 이제 ‘자녀를 키운다’는 생각은 버리자. 사람은 스스로의 판단과 경험을 통해 성장한다. 아무리 부모라 해도 일방적으로 아이에게 요구하거나 지시해서는 안된다.

/비상교육공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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