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의 편법 상속ㆍ증여 및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원곤)는 26일 오용일(60) 태광산업 부회장을 소환 조사했다. 오 부회장은 태광산업 자금과장 출신으로 그룹의 재무ㆍ대외협력 업무를 도맡아 이번 의혹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검찰은 이날 오후 오 부회장을 불러 이호진(48) 회장의 비자금 수천억원을 조성ㆍ운용한 경위와 자금의 사용처를 집중 추궁했다. 또, 편법ㆍ특혜 인수 논란을 빚고 있는 태광그룹의 큐릭스홀딩스ㆍ쌍용화재 인수 과정에서 방송통신위원회나 금융당국 등을 상대로 불법 로비를 벌였는지 등도 캐물었다.
이날 흥국생명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해복투)는 이 회장이 흥국생명 계좌를 이용해 비자금을 조직적으로 관리했다며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다. 해복투 관계자는 “1997년~2000년 흥국생명의 양모 상무가 이 회장의 돈을 예금증서(CD) 형태로 넘겨받아 차명보험 가입 등을 지휘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며 “당시 양 상무가 넘겨받은 CD는 수십억원어치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티브로드의 큐릭스 편법인수 의혹은 당초 검찰이 이미 한 차례 내사했다 무혐의 종결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집중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티브로드 관련 내사를 벌인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당시 주된 사건은 티브로드가 PP(프로그램 공급사)에 유리한 채널을 배정해 주는 대가로 뒷돈을 받았다는 의혹이었는데, 별다른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그 결과 (큐릭스 편법인수 의혹 등) 다른 부분에 대한 조사도 더 이상 진전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는 서부지검이 사실상의 첫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셈이어서 그 동안 제기돼 온 의혹들이 제대로 규명될지 주목된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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