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새 대학농구가 부쩍 다이내믹해졌다. 빨라졌고 강력해졌다. 잘 먹고 잘 자란 이른바 '요즘 애들'은 쉼 없이 코트를 누비고, 틈만 나면 덩크슛을 꽂는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도 중앙대 가드 김선형(22ㆍ4년)의 덩크슛은 유독 돋보인다. 그의 키는 '불과' 186.8㎝. 림까지의 높이가 305㎝이니까 폭발적인 점프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김선형은 자유자재로 덩크슛을 작렬한다. 화려함만큼이나 내실도 좋아 지난 12일 2010 대학농구리그 시상식에서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성적은 평균 14.7점 2.9리바운드 3어시스트. 그가 이끈 중앙대는 25전 전승으로 챔피언에 올랐다. '폭풍 가드' 김선형을 14일 프로농구 전자랜드의 홈 구장인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만났다.
NBA 마니아, 덩크 배틀로 다시 태어나다
송도중 시절의 김선형은 만화책 '슬램덩크'를 끼고 살며 책 속 인물 정우성에 빠져들었다. 미국프로농구(NBA) 경기 영상을 내려 받아 보면서는 앨런 아이버슨을 우상으로 삼았다. 고교(송도고) 때까지 이렇다 할 주목을 못 받았던 김선형은 김상준 중앙대 감독의 눈에 띄면서 껍질을 깼다.
"고 3때 송도고랑 청소년 대표팀이 연습 경기를 했는데 그때 대표팀 코치였던 김 감독님이 저를 좋게 보셨죠." 김 감독 아래서 수비와 속공 조율을 집중 연마한 김선형은 '동급 최강'으로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농구 입문 시절부터 꿈꿔 온 덩크슛은 대학교 2학년 때 처음 성공했다. 김선형은 "2, 3학년 때 훈련 끝나면 항상 야간에 끼리끼리 모여 '덩크 배틀(경연)'을 했다. 코트에 테이프를 붙여 선을 만들고 더 멀리서 뛰어 덩크슛 하는 사람이 이기는 식이었다"고 돌아봤다. "원래 점프에 약했어요. 근데 워낙 덩크슛을 하고 싶어서 계속 뛰다 보니까 탄력이 좋아지더라고요."
"서전트 점프는 50㎝도 될까 말까"라는 김선형은 "러닝 점프는 자신 있다"고 했다. 그는 실전에서 전반에만 3개의 덩크슛을 성공한 적도 있다. 원핸드는 물론이고 투핸드, 리버스 덩크도 어렵지 않은 김선형은 연습 때는 공중에서 몸을 비트는 트위스트 덩크슛도 한다.
'한국의 라존 론도', '제2의 강혁'을 꿈꾸며
졸업반인 김선형은 내년 1월 말 열리는 프로농구 드래프트에 나선다. 김선형은 중앙대 07학번 동기생인 센터 오세근에 이어 전체 2순위 후보다. "프로에 가서는 강혁(삼성) 선배님처럼 화려하진 않아도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김선형은 "내가 강혁 선배님을 우러러보는 것처럼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는 게 꿈"이라고 했다.
리그 종료 후 시간이 많아진 김선형은 눈이 빠져라 NBA 동영상만 본다. 특히 보스턴 경기는 무조건 챙긴다. 보스턴 가드 라존 론도를 닮고 싶단다.
광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해 미국 전지훈련까지 함께했던 김선형은 "프로가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나는 120%를 해도 안되겠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그러나 자신감마저 잃을 순 없었다. 김선형은 "최종 탈락하긴 했지만, 대표팀에서 많이 배웠다. 2번(슈팅가드)이 전문인데 1번(포인트가드)으로서 자질도 익혔다"고 했다. "스피드는 자신 있는데 패스 능력하고 드리블은 보완해야 돼요. 덩크슛요? 프로에서도 찬스가 나면 해야죠."
인천=양준호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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