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생활을 20년 넘게 했는데, 이 직업은 점점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 물론 대학 시스템이 가진 커다란 문제들과 연결되어 있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교수는 전반적으로 창의성도 떨어지고 효율성도 떨어지는 직업으로 전락한 듯하다. 교수직은 전문직으로 여겨지지도 않는다. 대학을 회사라고 자조적으로 말하는 교수들도 많지만, 사실 그 비유도 부분적으로만 맞는다. 대학은 여러 점에서 회사와 같은 효율성을 내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회사처럼 운영되지만, 회사처럼 효율성도 없는 조직이라니!
진입장벽은 높은데 안에선 썩고
그러나, 동시에 교수가 되려는 사람들은 많다. 다수의 시간강사들의 어려운 상황을 고려하면, 교수는 진입장벽이 매우 높은 직업군에 속한다. 안에서 보면 비효율적이고 창의적이지 않은 직업인데, 그 안에 진입하기는 매우 어려운 집단이라는 불균형이 그래서 생긴다. 조직 안에서는 흐름이 느려서 거의 썩을 지경인데, 밖에서는 소용돌이가 치는 형국.
국립대교수의 성과급 연봉제가 올해부터 시행된다는 보도가 지난 주에 있었다. 물론 신규 임용자에게만 그렇고, 2015년에 이르러 전반적으로 확대된다. 사립대학들도 비슷하게 움직이고 있다. 갑자기 경쟁이 심해진 것일까?
그렇진 않다. 소위 선진국들에서는 이미 20세기 중반부터 실행된 승진제도나 성과평가가 한국에서는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이제까지 한국의 교수평가 시스템은 게으름과 비효율성의 극치였다. 교수들이 공무원처럼 호봉에 따라 승진했으니까. 이런 점들이, 조직 내부적으로는 비효율적인데 외부적으로는 경쟁이 심한 비대칭적 왜곡을 증폭시켰다.
예고된 연봉제도는 그러나 어설프다. 기존 호봉제에 형식적으로 연봉제를 겹쳐 꿰맸기 때문이다. 교수의 연구업적을 평가하려면, 기본적으로 개인별로 심사하고 평가해야 한다. 그러려면 교수들이 서로를 질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예고된 연봉제는 대부분 조직 내부의 상대적이고 양적인 배분방식에 따른다. 상위 20%, 다음에 30%, 40% 10% 등의 비율로 평가하고 분배하는 식이다.
경쟁은 있지만, 그 방식이 저열하다. 뛰어난 성과를 서로 인정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서로 불신하고 배제하는 틀이기 때문이다. 학점 인플레이션 때문에 학생성적을 상대평가하는 시스템이 도입되었는데, 서로를 평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교수들 연구업적도 비슷하게 상대평가된다. 그런데도 서로 읽지도 않는 허접한 논문들을 양산하느라 교수들은 바쁘기만 하다.
형식적 평가의 결과로, 대부분의 교수들은 정년보장 심사를 통과한다. 철밥통 소리를 들어도 싸다. 국립대교수들이 정년보장 심사를 통과하는 비율이 98.8%에 이른다. 그나마 서울대가 몇 년 전부터 정년보장 심사를 강화하기 시작해서, 최근 5년간 정교수 승진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2006년 73%, 2007년 64%, 2008년 54%. 그리고 2009년에 처음으로 절반 이하인 46%에 머물렀다. 겨우 체면을 살렸다.
이 문제는 시간강사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시간강사 문제를 말할 때, 대부분 낮은 강사비를 거론하고 정규 교원 자격을 말한다. 그러나 그것들은 어떤 점에서 곁가지 문제일 뿐이다. 좋은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시간강사들을 정규 교원으로 흡수해야 한다고 말한다.
어설픈 연봉제ㆍ잘못된 경쟁방식
그러나 지금처럼 정교수의 승진비율이 높은 상황에서는, 그것은 이루어지기 어렵다. 한 번 교수가 되면 쉽게 정년이 보장되는 체제에서는, 유능한 젊은 강사들조차 임용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쟁이 교수사회를 망친다는 소리도 있지만, 단순히 그런 것은 아니다. 잘못된 혹은 쓸데없는 경쟁방식이 그럴 뿐이다.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는 말이 떠돈 적이 있다. 교수들은 어떤가? 높은 대학 진학률과 대학졸업장의 대량생산 체제에 기생하는 영혼은 불쌍하고 구차스럽다.
김진석 인하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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