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먹계 거물을 겨냥한 수사로 기세를 올렸던 경찰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금방이라도 잡아들일 듯한 기세를 보였던 자신감은 온데간데 없고 사건 자체가 무혐의처리 되거나 답보상태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 연제경찰서는 지난해 4월 사업가를 협박해 1억8,000만원을 빼앗은 혐의로 전국구 조직인 칠성파 두목 이강환(68)씨를 체포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한달 뒤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활기를 띠던 수사는 동력을 잃고 장기간 표류하고 있다. 경찰은 보강수사를 통해 영장을 재청구하겠다고 밝혔지만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태. 수사팀 관계자는 23일 "조폭 두목을 상대로 한 수사라 일반 형사사건과는 달리 어려운 점이 있어 다각도로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수사가 종결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소 벤처업체 대표를 협박해 1억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는 양은이파 전 두목 조양은(61)씨 수사도 지지부진하다. 경찰은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한 달 안에 수사가 마무리될 것 같다"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반년이 지나도록 감감 무소식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구속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지만 검찰의 보강수사 지시로 추가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품갈취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았던 신상사파 두목 출신의 신모(78)씨는 무혐의 처리된 것으로 드러났다. 신씨는 1960~70년대 서울 명동 일대를 장악했던 조폭 원로다. 경기경찰청은 지난해 5월 수도권 일대에 투견도박장을 개설하고 금품을 뜯어낸 혐의로 신씨를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증거부족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조폭계 거물들에 대한 수사가 죄다 용두사미 조짐을 보이자 뒷말이 무성하다. 특히 '실적주의' 욕심에 수사가 정교하지 못하고 무리하게 이뤄진 탓이 크지 않느냐는 비판이다. 반면 경찰 내부에서는 조폭수사의 어려움에 대한 푸념이 나오고 있다. 통상 금품을 갈취 당한 피해자나 사이가 멀어진 동료 등의 제보로 시작되지만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가면 보복의 두려움 등으로 피해자나 관련자가 진술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경찰관계자는 "신상사 건의 경우 구속된 일당들이 '신씨는 관련이 없다'며 진술을 번복하는 바람에 차질이 생겼다"고 해명했다.
수원=김창훈기자 chkim@hk.co.kr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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