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반값 등록금 논란/ 89년 등록금 자율화 후 급등 시작…부실대학 양산되며 '천정부지'로
알림

반값 등록금 논란/ 89년 등록금 자율화 후 급등 시작…부실대학 양산되며 '천정부지'로

입력
2011.06.10 17:34
0 0

최근 불거지고 있는 등록금 문제와 관련해 역대 정부가 내세운 일련의 대학 자율화 조치가 등록금 폭등을 야기시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정 요건만 갖추면 대학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고, 대학이 등록금 액수를 스스로 정하게 한 조치들이 부실대학의 양산과 고액 등록금 문제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국내총생산(GDP) 대비 0.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저 수준인 정부의 고등교육비 부담률을 높여 대학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일 교육과학기술부 자료에 따르면 80년대 초반까지 연간 100만원을 밑돌던 사립대 등록금은 1989년을 기점으로 급등하기 시작해 1995년 323만원으로 치솟았다. 노태우 대통령 시절인 1989년은 사립대 등록금 자율화 조치가 내려진 해다. 이전까지 사립대 등록금은 문교부(현 교과부)가 경제기획원과 협의해 인상률을 정하고, 대학들은 이에 맞춰 등록금 액수를 정했다. 정부가 대학 등록금을 통제할 법적 근거는 없었지만 교육비 부담 경감과 물가안정을 이유로 행정적인 통제를 한 것이다.

그러나 1987년 이후 사회 전반의 민주화 요구에 따라 대학 자율화가 추진되는 과정에서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등록금을 올리기 시작했다. 1982년 이후 등록금 인상률은 평균 2~4% 수준이었으나 1990년 12.7% 오른 것을 시작으로 1991년 15.1%, 1992년 14.4%, 1993년 16.8%, 1994년 13.6%, 1995년 13.8%, 1996년 14.7% 등 7년 연속 10% 이상 인상됐다.

김대중 정부 말기인 2002년엔 국공립대의 등록금 자율화가 결정됐다. 2001년 평균 230만원이었던 국공립대 등록금은 2003년 265만원으로 뛰기 시작해 2005년엔 312만원, 2008년엔 417만원으로 2~3년 간격으로 100만원씩 올랐다.

대학과 학생 정원이 무분별하게 늘어난 것도 등록금 급등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1995년 김영삼 정부 때 이뤄진 '5ㆍ31 교육개혁'의 일환으로 대학설립 준칙주의가 도입돼 대학이 우후죽순처럼 세워졌다. 이전까지는 교육부 장관이 대학설립계획서를 검토한 뒤 타당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승인했고, 학생 정원 5,000명 이상 규모에 맞는 시설기준을 확보해야만 설립이 가능했다.

그러나 김영삼 정부는 소규모, 특성화 대학의 설립을 유도한다는 취지로 학생 정원의 최소기준을 400명으로 낮추고, 학교 건물과 수익용 기본재산의 확보 기준만 충족하면 대학을 세울 수 있도록 했다. 그러자 대학 설립이 '망하지 않는 장사'로 인식되면서 자금력을 갖춘 사람들이 대학 설립에 뛰어들었고, 일부 정치인들도 지역구의 대학 유치에 경쟁적으로 나섰다.

대학설립 준칙주의 도입 이후 2005년까지 80개의 대학이 새로 생겼고, 학생 정원은 7만3,000여명이 늘어났다. 그러나 지난해 감사원 감사 결과, 준칙주의에 따라 세워진 대학 가운데 교원확보율 최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대학이 80%에 달할 정도로 부실화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학의 대부분이 대학재정을 등록금에 의존하면서 해마다 경쟁적으로 등록금을 올려왔다.

이런 자율화 기조는 이명박 정부에서도 이어져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전문대와 산업대가 일반대학으로 개편돼 4년제 대학의 정원이 7,669명 늘어났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의 황희란 연구원은 "단지 등록금 액수를 낮추는 것뿐만 아니라 정부의 고등교육 예산을 늘려 대학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부실 사립대학의 구조조정도 적극적으로 논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