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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통해 '한국 인문학의 새 길'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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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통해 '한국 인문학의 새 길' 찾는다

입력
2011.06.13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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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은 우리의 삶과 세계에 대한 총체적 이해를 추구하는 학문이다. 근대 이후 학문의 분화와 함께 인문학 역시 점점 더 세분화했다. 그러나 학문은 분화되는 만큼 우리 삶은 분화하지 못했다. 삶과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만들어진 학문이 삶의 문제를 둘러싼 총체적 이해를 점점 어렵게 만들었다. 특히 서구 학문 체계를 일방적으로 수용함으로써 한국 문화와 학문의 특징인 다양성을 상실하게 되면서 인문학의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다양한 문명의 핵심 고전을 통해 한국의 새로운 인문 정신을 모색, 정립하기 위한 총서가 발간됐다.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인문한국(HK)문명연구사업단과 ㈜도서출판 한길사는 13일 인문학 고전 번역 주해 총서인 '문명텍스트' 시리즈 1차분 7권을 발간했다. 인문학연구원 학자들이 문명 인문학 고전이란 열쇠 말을 들고 한국 인문학의 길 찾기에 나선 것이다. '문명의 허브, 한국 인문학의 새로운 구상'이란 주제로 다양한 문명의 정체성과 소통을 보여 주는 고전을 새롭게 해석함으로써 한국 사회가 당면한 근본적 문제를 들여다보자 했다.

이번에 출간된 총서는 모두 23명의 학자들이 지난 3년간 매주 문명 텍스트에 대한 신랄한 토론과 의견 교환을 통해 얻은 첫 성과다. 채택된 고전은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양의 고전은 물론, 서양의 고전과 몽골 아랍 아프리카 등 주목받지 못했던 세계 여러 문명권의 고전들로 번역과 주해에 초점을 맞췄다.

이번 총서에 포함돼 출판된 책들은 대부분 한국말로 아직 소개되지 않은 고전들이다. 중국 청대 초 새로운 정치 윤리를 제시하고자 한 황종희의 <맹자사설> , 독일 인문주의를 열었던 헤르더의 <새로운 역사철학> , 영국 내전 중에 경제적 평등과 종교적 박애를 주장한 제라드 윈스터리의 <자유의 법 강령> 등은 과거 역사의 질곡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를 위한 소통의 노력으로 읽힌다.

조선 소혜왕후의 <내훈> 과 일본 최초의 여성 산문 문학작품 <가게로 일기> , 남성 중심적 전통의 지리학을 비판하면서 대안적 페미니즘 지리학을 모색하는 <페미니즘과 지리학> 은 문명의 재해석에 징검다리를 제공한다. 몽골의 장편 영웅 서사시 <장가르> 는 정착 문명에서 접하지 못했던 유목 문명의 독특한 구전문화를 알려 주며 정주민과 유목민의 소통을 꾀한다. 총서에는 기원전 5세기경 인도 문법서인 <야스타댜이> , 이슬람 등장 이전 5~7세기 이슬람 시집인 <무알라카트> , 중국 묵자 주해서인 <묵경(默經)> 등이 추가될 예정이다.

고전 텍스트 가운데 눈길을 끄는 책은 영국의 대표적 페미니스트 지리학자인 질리언 로즈의 <페미니즘과 지리학> 이다. 이 책은 지리학의 남성 중심주의를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한 도발적 실험서다. 작가는 여성이 지리학에서 배제되고 열등한 위치를 점하게 된 결정적 계기를 17세기 이후 근대 과학주의의 성립으로 본다. 여성에 대한 억압과 남성 중심적 권위를 통해 세워진 근대적 지식과 학문 관행을 비판하고 성찰하는 하나의 인식론적 도구로서 페미니즘을 주장하는 책이다.

송용준 HK문명연구사업단장은 "이번에 발간된 책들이 한국의 인문학이라는 큰 탑을 이뤄 내는 작지만 큰 초석이 되리라 믿는다"며 "문명 텍스트 총서는 각 문명의 고전을 번역한 1단계 작업에 이어 앞으로 6년간 2단계로 문명의 교류와 충돌을 연구하며 3단계에서는 한국적 문명의 정체성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사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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