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히틀러와 나치당의 정치적 유산을 물려받은 신나치주의(네오나치즘)가 그 위세를 떨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켄크로이츠(나치 십자가) 완장을 찬 신나치주의자나 스킨헤드족 시위대가 이민정책에 반대하며 무장경찰과 대치하는 장면은 드물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시사주간 슈피겔 온라인판이 21일자로 게재한 기사에 따르면, 최근 신나치주의에 경도된 어른들이 다음 세대에게까지 체계적으로 국가사회주의 사상과 행동을 주입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독일사회에 큰 우려를 낳고 있다. 극우주의 교육을 받고 자란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사상적 확신범'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어 독일뿐 아니라 유럽 전역의 안정에 위협 요소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슈피겔에 따르면 신나치주의를 숭배하는 부모들은 자녀들이 태어나면 극우주의 신념을 물려주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다. 자녀의 이름도 가능하면 북유럽 냄새가 나도록 짓는데, '마르크바르트' 같은 이름이 바로 그 예다. 성별에 따른 엄격한 역할 구분을 강조하며, 성적 해방이나 양성평등 같은 단어들은 제2차 세계대전의 승전국이 강요한 가치일 뿐이라고 가르친다.
신나치주의자들은 방학 때마다 아이들을 극우파가 운영하는 캠프로 보내 다른 신나치 가정 아이들과 함께 말타기나 생존훈련, 캠핑 요령 같은 기술을 배우게 한다. 신나치 캠프를 다녀왔던 한 참가자는 "9살 소녀가 히틀러의 저서 에 나오는 구절을 인용했고, 아버지가 그 모습을 자랑스러워 했다"며 캠프의 풍경을 전했다. 신나치주의자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민주주의와 현재 독일은 실패할 수밖에 없으며 제3제국(히틀러 시기의 독일제국)이야말로 이상적 세계를 상징한다'는 내용을 끊임없이 주입한다. 심지어 무기사용 요령이나 히틀러 소년단(유겐트)의 노래를 가르치는 부모도 있다. 문제는 이런 가정이라 해도 겉으로는 일반 가정과 다를 바 없이 일상 생활을 하고 있어 쉽게 구분하기는 어렵다.
슈피겔은 "신나치 성향의 젊은 부부들이 극우적 신념과 생각을 중산층의 평범한 외관으로 감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신나치 교육의 부작용까지 숨길 수는 없는 일. 슈피겔은 "이런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부모나 동료(신나치주의 캠프에서 만난 친구) 앞에서는 제대로 행동하지만,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사회가 요구하는 것과 정확히 반대되는 행동을 한다"고 보도했다. 신나치주의 경향이 강한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의 한 교육 관계자는 "이런 아이들은 지나치게 허둥거리거나, 대본을 읽는 것처럼 어색하게 말하거나, 특정한 경우 매우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곤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신나치주의자들이 아직 사리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자녀들에게 사상을 대물림하려는 사례가 늘어나자 독일 내부에서는 정부가 강제력을 행사해 이런 움직임을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범죄예방 전문가 귄터 호프만은 "이데올로기의 영향이 어린이들의 행복을 위협할 정도에까지 이르렀다면, 국가기구가 이 문제에 개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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