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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인천공항 민영화 - 국민주 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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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인천공항 민영화 - 국민주 매각

입력
2011.08.09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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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산업을 민영화 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세계 1등 공항을 국민주 방식으로 판다는 발상 자체가 난센스다."

한동안 수면 아래에 잠겨 있던 인천공항 민영화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최근 인천공항공사를 국민주 공모 방식으로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게 도화선이다. 정부가 100% 갖고 있는 인천공항공사 주식의 49%를 국민들, 특히 서민층에 판다는 구상이다. 공항 감독기관인 국토해양부도 일부 지분의 국민주 매각을 정부 내에서 협의 중이라는 입장이다.

이 방안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국민주 중심으로 독립 경영이 이뤄질 경우 인천공항공사가 훨씬 더 튼튼한 글로벌 회사로 성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프랑스 드골, 스위스 취리히 공항 등 부분적 민영화에 성공한 곳들의 경쟁력은 국가 통제 하에 있을 때보다 훨씬 강해졌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야당과 공항 노조,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크다. 흑자를 내고 있는 공항을 굳이 민영화 할 이유가 없고, 섣부른 국민주 매각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지적한다. 김용복 서울사회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민주 매각은 성격상 적정 가격보다 싸게 팔아야 하기 때문에 재원 조달 같은 원래의 매각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 인천공항

2001년 3월 '동북아의 허브공항'을 표방하며 문을 열었다. 7월 현재 여객기와 화물기를 합쳐 하루 평균 640여대가 이용하고 있으며, 하루에 10만 명 이상의 승객을 실어나르고 있다. 화물은 1일 7,300톤 이상 처리할 수 있다. 개항 3년만인 2004년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해 지난해엔 매출 1조3,000억 원, 순이익 3,000억 원을 기록했다. 2005년 국제공항협의회가 주관한 공항서비스평가에서'세계최고 공항상'을 받은 이후 6년 연속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반대/ 국민주 매각은 민영화 반발 눈가림용

인천공항의 ‘국민주 방식’ 매각은 하책(下策) 중의 하책이다.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 자체가 문제인데, 국민주 방식은 더욱 문제가 크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정부는 ‘선진경영기법을 도입하여 효율성을 증대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민영화를 추진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민주 방식의 경우 정부가 주장하는 민영화 효과를 얻을 수 없다. 선진경영기법을 도입할 새로운 주체가 나타날 수 없고, 정부의 경영 관여도 지금과 마찬가지일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민영화의 다른 목적이기도 한 ‘재원 조달’도 달성하기 어렵다. 국민주 매각은 그 성격상 적정 가격 보다 싸게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주 팔아 3단계 확장공사에 쓴다면 정부 지분 비율이 다시 높아지는 문제도 생긴다.

결국 ‘지분 49%를 저소득층에 매각한다’는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의 주장에는 민영화의 목적은 사라지고, 서민정책만 남게 된다. 그것도 제대로 된 서민정책이 될 리 없다. 저소득층은 주식 구입할 돈도 없고, 배정받는 주식도 몇 주 안 될 것이고, 주가가 위 아래로 요동칠 때마다 주식은 서민의 손에서 소위 국내외 큰 손으로 넘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서민을 챙기는 심정은 존중하지만, 서민정책은 정상적인 환율정책, 금리정책 등 거시경제정책과 분배·복지 정책을 통해서 달성해야지 주식 매각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부는 홍대표의 주장을 일부 수용해 국민주 방식으로 연내에 15%의 지분만을 매각하고, 나머지 지분을 어떻게 할지는 추후 검토하기로 했다. ‘전체 49%의 지분을 매각하되, 해외자본 비중을 30% 이내로 한다’는 당초 방침은 변함이 없음에 주목해야 한다. 15%를 뺀 나머지 지분을 특정 기업 내지 해외자본에 넘길 가능성을 남겨 놓고 있는 것이다. 국민주를 일부 도입한다 해도 여전히 ‘국부 유출’이나 ‘일부 기업에 특혜’를 줄 가능성은 남는다. 민영화에 대한 국민 반발이 거세다 보니 ‘국민주 매각’으로 ‘민영화 첫 걸음’을 떼려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 지분 15%의 매각은 '부분적 민영화’ 또는 ‘민간 참여’에 불과하니 크게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고 하는데, 순진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그 비율은 최초 매각분이 될 가능성이 높다. 2008년에 정부 관계자는 ‘1차로 49% 매각한 후 여건을 봐서 추가적으로 더 해 나갈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국민주 방식’을 둘러싼 찬반 논의는 앞뒤가 바뀌었다. ‘6년 연속 세계 1등 공항’, ‘순이익 3,240억 원’인 인천공항을 ‘왜’ 민영화하려는 지를 먼저 따져야지, ‘어떻게’ 민영화하느냐를 따질 때가 아닌 것이다.

인천공항은 동북아 허브공항의 자리를 놓고 홍콩 첵랍콕공항, 상하이 푸동공항 등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일본의 하네다, 나리타공항도 인천공항에 빼앗긴 손님을 되찾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허브공항으로 자리매김하려면 환승객을 유치할 시설 투자를 늘리고 공항이용료를 낮게 유지해야 한다. 영국 히드로공항을 비롯한 많은 민영화 공항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시설투자에 소홀하고, 공항이용료를 높이고 있다. 민영화는 허브공항화에 도움이 안 되고 오히려 방해가 될 뿐이다.

홍콩 첵랍콕공항 사례는 우리에게 큰 시사를 준다. 이 공항도 민영화하기 위해 법을 만들고, 절차를 밟아나가다 2007년에 포기했다. 홍콩 시민들이 민영화 목적이 뚜렷하지 않은 점, 민영화하면 이용료가 올라 허브화 경쟁에서 뒤처지게 된다는 점을 들어 반대했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은 무역액의 4분의1, 출입국 인원의 5분의4를 담당하고 있을 정도로 국민경제 및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게다가 독점기업의 특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민영화에 신중해야 한다. 세계적으로도 세계금융위기 이후 공항 민영화의 흐름이 중단되었다. 오히려 이탈리아 나폴리공항, 인도의 지방 공항들, 체코 프라하 공항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민영화를 취소하거나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민주 방식이든 아니든 민영화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 정부는 민영화를 관성적으로 추진하지 말고 이 문제를 차기 정부에 넘기거나, 민영화 필요성이 생겨났을 때로 미루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용복 서울사회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찬성/ 민영화로 투자 재원 마련·투명성 제고

인천공항의 지분매각.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게 문제였다. 2008년 당시 정부는 어설프게도 공항의 선진경영기법 도입의 필요성과 외국자본의 참여가능성을 언급했다. 외국자본 맥쿼리의 지분인수설도 흘러나왔다. 황금알을 낳기 시작한 공항을 외국에 판다는데 찬성할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당연한 저항에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사실 인천공항의 민영화는 이미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부터 계획된 것이지만 현 정부의 첫 시도는 인천공항의 선진화정책이 신뢰를 잃는 계기를 제공했다.

항공산업의 민영화는 이미 세계적 흐름이다. 국가위신을 상징하는 국적항공사들은 대부분 민영화되었다. 국가마다 관문공항에 대한 민간자본 참여 역시 활발하다. 세계 50대 공항 가운데 35개 공항이 지분이나 운영권을 매각했거나 계획 중에 있다. 투자재원 확보와 경영효율화, 자본제휴의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시장현상이다. 물론 최초의 지분매각(IPO)의 대상을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하든 서민만으로 제한하는 국민주 공모방식으로 하든 민간자본을 참여시킨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이번 논란에는 심각한 오해들이 있어 안타깝다. 논쟁의 가치조차도 의문이다. 첫째, 공항의 지분매각에 성공한 사례가 없다는 주장. 옳지 않다. 소유권과 운영권을 완전히 민간에 넘긴 히드로공항과 시드니공항은 각각 소극적 투자와 공항이용료 인상이라는 부작용을 낳았지만, 프랑크푸르트, 취리히, 스키폴, 드골 등 대부분의 공항들은 부분적 민영화를 통해 순기능을 발휘하고 있다. 중국의 베이징공항도 43%지분을 매각했다. 둘째, 공항이 외국자본에 넘어가 국부가 유출된다는 주장. 역시 오해다. 정부가 51%의 지분을 보유하고, 나머지 중 외국인의 보유지분은 30%미만, 항공사의 보유지분은 5%미만으로 제한하는 것이 공사법 개정안의 골자다. 민간자본 유치를 위한 공기업의 일반적인 지분구조에 비해 비교적 엄격한 제한이다. 외국인 보유지분을 40%미만으로 제한하고 있는 한전, 그리고 대표 글로벌기업인 삼성전자와 포스코 지분의 절반은 외국인 몫이지만 여전히 국내 기업이다. 셋째, 시기적으로 서둘러 헐값 매각에 대한 우려된다? 지금은 IMF시대가 아니다. 인천공항의 브랜드가 개항 10년을 지나 정점을 맞이하고 있는 한편에선 세계 수준의 국내증권시장이 작동하고 있다. 서비스평가 1위 공항의 가치평가에는 공항브랜드는 물론 미래수요에 기초한 성장가능성과 현금흐름이 모두 반영될 것이다. 인천공항의 저평가를 우려한다면 대한민국 자본시장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넷째, 공항이용료가 인상될 가능성. 전혀 불가능한 일이다. 항공사들이 부담하는 착륙료는 51%지분을 보유한 정부가 결정한다. 89년에 지분의 49%를 매각한 한전의 전기료가 수익성을 위해 결정된 적은 한 번도 없다.

인천공항 지분매각의 가장 큰 순기능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시장의 감시체계가 구축된다는 점이다. 주식의 상장은 곧 기업경영 내용의 공시가 법적으로 의무화됨을 뜻한다. 주주총회와 함께 투명성과 경영을 평가하는 기회가 마련되는 것이다. 한편, 주식매각으로 유입되는 자본은 현재 진행 중인 3단계 확장공사가 마무리되는 시점까지 터미널 연결철도 등의 공항인프라구축의 재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적 공항 간의 자본제휴를 통한 글로벌화 역시 또 다른 매력이다.

이번의 논란은 여당의 대표가 매각방식을 국민주 방식으로 언급하면서 야당의 반대를 불러온 소모적인 논쟁이다. 인천공항은 이미 세계의 공항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글로벌공항이다. 개항 이래 축적해 놓은 공항건설과 운영의 노하우를 브랜드와 함께 묶어 국제시장으로 진출해야 하는 시점에 서있다. 이 기회에 정부와 국회는 인천공항의 가치를 어떻게 하면 극대화할 것인가부터 고민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공항산업을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인식하고 수출에 나서야 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각종 규제로 꽁꽁 묶어 놓은 공항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시급하지 않겠는가.

허희영 한국항공대 항공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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