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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과 사람/ 공소시효 6개월 남은 1997년 디스코텍 '딥하우스'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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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과 사람/ 공소시효 6개월 남은 1997년 디스코텍 '딥하우스' 살인사건

입력
2011.08.1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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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3월 11일 오전 6시40분께 유흥가가 밀집한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형 디스코텍인 딥하우스 지하1층 후문 계단. 건물 청소원 박모(44ㆍ여)씨가 청소를 하기 위해 이 곳에 들렀다 여주인인 오모(43)씨와 관리인 김모(55)씨가 흉기에 찔려 숨져 있는 것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피해자들은 가슴에 흉기를 10여차례 찔려 현장에서 즉사했다. 없어진 것은 오씨의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이 들어 있던 가방이었다.

강남구보다 서초구에 유흥업소가 많을 때인 데다 대로변, 강남 최대급 디스코텍에서 살인 사건이 나자 경찰은 곧바로 하태신 서초경찰서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수사본부를 차렸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망 추정 시각을 11일 0시50분부터 오전 6시 사이로 봤다. 사건은 직원들이 퇴근한 뒤 발생했다. 딥하우스는 오후 5시에 문을 열어 자정에 영업을 마감했다.

'딥하우스 살인사건'으로 알려진 이 사건은 이듬해 6월 14일 발생한 강남구 신사동 '사바이 단란주점 살인사건'과 더불어 강남의 유흥업소에서 발생한 사건 중 아직까지 미제로 남은 대표 사례다.

딥하우스는 지하 1층 270평 규모의 젊은 층을 위한 대형 디스코텍이었다. 건물 내에는 휴식을 위한 당구장이 있었고 룸도 8개가 있었다. 종업원도 52명이나 됐다. 간부 7명, 웨이터 17명, 보조 웨이터 6명, DJ 10명 등이었다.

경찰은 서울경찰청 강력계 형사 8명 등 수사관 42명을 투입해 광범위한 수사를 벌였다. 또 사건 당일 0시40분께 사건 발생 장소인 비상구 계단에서 우당탕 소리가 난 뒤 건물 밖으로 나갔다 다시 들어간 남성을 본 목격자의 증언을 토대로 용의자 몽타주를 작성했다. 이 남성은 흰색 계통의 와이셔츠를 입고 있었고 검정바지에 키는 175 ㎝, 얼굴은 갸름한 편이었다. 경찰은 현상금 3,000만원도 내걸었다.

경찰은 금품을 노린 강도 살인사건, 업소 간 이권을 둘러싼 보복, 치정, 조폭 관련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수사를 해 나갔다.

당시 경찰은 2인조 강도의 범행으로 추정했지만 매일 밤 수백명이 찾는 나이트클럽에서 지문 등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또 사건 당일 수사 과정에서 전날 매출금으로 추정되는 2,600만원을 당구대 아래에서 찾아내 강도 가능성도 줄어들었다.

언론에서는 오씨가 업소를 인수한 이후 조직폭력배들에게 수억원을 줬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조폭에 대한 수사도 이뤄졌지만 특이한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디스코텍 공동사장인 한모(55)씨의 친구인 관리인 김씨가 오씨와 함께 일한 지 몇 달밖에 안 돼 치정 살인 가능성도 낮았고 이권 수사도 답보상태를 면치 못했다. 사건은 점차 미궁으로 빠졌다.

경찰청 수사국 김원배 범죄수사연구관은 당시 서울경찰청 강력계 관리반장으로, 수사본부 설치ㆍ운영 담당자였다. 그는 19일 기자와 만나 "이권을 둘러싼 보복, 면식범에 의한 계획적 살인, 금품을 노린 우발적 살인 등을 모두 염두에 두고 조사를 했다. 그러나 몽타주가 나온 용의자도 찾지 못했고 주변 인물에서 특이한 혐의점도 안 나와 결과적으로 오리무중에 빠진 사건"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관은 범인의 수가 한 명인지, 두 명인지도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일선 경찰서의 한 형사는 한 명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 경찰관은 "좁은 비상구 계단에 몰아넣고 무자비하게 난자한 것은 한 명의 범인이 두 명 이상을 죽일 때 사용하는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말했다.

딥하우스 사건의 원인이 무엇이든 '계획적 살인'일 가능성이 다소 높은 것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일단 훔친 금품이 없는 데다 경비보안시스템이 해제돼 있었다는 점에서 면식범에 의한 범행에 무게가 실린다. 경찰은 이에 따라 종업원들 모두를 대상으로 샅샅이 조사했으나 역시 혐의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내년 3월11일까지다. 이제 6개월 남짓밖에 시간이 남지 않았다. 그러나 수사팀은 끝까지 범인 추적 노력을 늦추지 않을 태세다. 서울 광진경찰서 강력5팀은 올해 초 수소문 끝에 살인 전과를 가진 정보원으로부터 "서울구치소에 살인죄로 복역 중인 무기수 한 명이 자신이 딥하우스 여주인을 죽였다고 말하고 다니더라"는 첩보를 입수했다. 하지만 문제의 무기수를 직접 조사했으나 자백을 받지 못했다.

김원배 연구관은 "딥하우스 살인 사건은 꼭 해결해야 할 사건으로 공소시효가 지나더라도 반드시 범인을 잡아야 한다"며 사건 해결 의지를 과시했다. 2005년 현직에서 은퇴한 그는 2006년부터 상근연구관으로 위촉돼 후진들을 상대로 수사실무를 가르치고 있다. 김 연구관은 "딥하우스 사건의 수사 기록 등을 관리하면서 후진들에게 수사 과정에서 무엇이 잘못됐고 어떻게 해야 할지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숨어 있는 살인자와 형사들의 마지막 6개월 추격전의 결말이 기다려진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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