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9일 일본 민주당의 대표 경선에서 우익 성향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ㆍ54) 재무장관이 승리하면서 차기 총리가 된 데 대해 겉으로는 별반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나, 내부적으로는 한ㆍ일 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독도 영유권 주장과 과거사 문제로 가뜩이나 양국 관계가 민감한 상황에서 역사 문제에 극우적 시각을 갖고 있는 노다 재무장관의 총리 취임은 아무래도 우리 정부로서는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노다 재무장관은 2005년 "야스쿠니(靖國)신사에 합사된 이들이 A급 전범자라는 것은 군사 법정의 견해일 뿐"이라며 "법적으로 명예 회복이 된 만큼 일본에는 전범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그는 15일 이러한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다시 공언했다.
외교부는 최근 노다 재무장관의 발언에 대한 논평에서 "과거 일본 제국주의 침략의 역사를 부정하고자 하는 부적절한 언행이며, 이는 총리 담화 등을 통해 밝혀 온 일본 정부의 공식입장에도 부합하지 않는 발언"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처럼 공식 논평으로 비판했는데, 그 대상이 불과 보름 만에 일본의 새 총리가 되자 외교부는 상당히 당혹스러운 눈치다.
물론 총리 한 명이 바뀐다고 '미래지향적 성숙한 동반자 관계'란 한일 외교 관계의 기조까지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노다 재무장관이 직전의 간 나오토(管直人) 내각 출신이란 점에서 기존의 대외 정책에 대한 큰 틀의 변화 없이 정책적인 연속성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아직은 더 우세하다.
정부 관계자는 "총리의 자리에 오르면 개인적 정치 성향과는 무관하게 국익 차원에서 외교정책을 펴야 한다는 점을 노다 재무장관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며 "양국의 경제협력 강화 등의 현안이 산적하기 때문에 일단은 현실적인 문제에 주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에서 노다 재무장관이 총리에 오른 뒤 실제 독도ㆍ동해 문제에 어떤 언급을 하는지가 향후 양국 관계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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