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강용석 의원 징계안 처리 등을 다룬 31일 국회 본회의는 '제 식구 감싸기'를 위해 마련된 국회의원들만의 단막극이었다. 오후 2시59분 박희태 국회의장은 "국회의원 강용석 제명안을 상정한다"고 밝힌 뒤 곧바로 "국회법 158조 규정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국회 경위들은 방청객과 취재진을 본회의장 밖으로 내보낸 뒤 방청석 출입문도 걸어 잠갔다. 국회방송은 물론 인터넷 중계도 모두 정지됐다. 이때부터 국회 전체가 '강 의원 살리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았다. 국회법은 의원 징계 건을 다루는 회의에 대해서는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면서도 본회의 의결이 있으면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무기명 투표를 실시하기에 앞서 국회의장을 지낸 김형오 의원이 발언자로 나섰다. 김 의원은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 이 여인에게 돌을 던지라'는 성경 문구를 인용한 뒤 "여러분은 강 의원에게 돌을 던질 수 있나요. 저는 그럴 수 없습니다"라고 강 의원을 두둔했다. 김 의원은 이어 "김영삼 총재 징계의 부끄러운역사를 되풀이하실 것입니까. 이 정도 일로 제명한다면 우리 중에 남아 있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라고 말했다. 김 의원이 강 의원 두둔 발언을 한 것은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의 트위터를 통해 전달됐다.
개표 결과 가결을 위한 재적의원 3분의 2(198명)에 훨씬 못 미친 111명만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제명안은 부결됐다. 한 초선 의원은 "이미 시체가 된 사람을 굳이 난도질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이어 오후 4시32분쯤 제명보다 한 단계 낮은 징계안이 상정됐다. 9월 한달 동안 국회 출석을 정지하는 안건이었다. 재석 의원 186명 중 158명이 찬성해 가결됐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각계의 비난이 쇄도하자 여야는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제 식구 감싸기로 면죄부를 줬다"고 주장했고, 한나라당은 "표결 수를 보면 한나라당 때문에 부결됐다고 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맞받아쳤다.
강 의원은 작년 7월 대학생 토론회에 참석한 학생들과 가진 식사 모임에서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 수 있겠느냐" "남자는 다 똑같다. 그날 대통령도 너만 쳐다보더라" 등의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다. 강 의원은 두 달 뒤 한나라당에서 출당 조치 당했으며, 국회 윤리특별위는 지난 5월 강 의원 제명안을 처리해 본회의로 넘겼다. 법원은 5월25일 1심에서 강 의원에게 의원직 상실형(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당초 여야는 6월 국회에서 제명안을 상정키로 했지만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안건 처리를 이번 국회까지 미뤄왔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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