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 문제를 둘러싸고 장기간 파행하고 있는 한진중공업 사태가 새 국면을 맞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권고안을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받아들이면서 10개월 간 평행선을 달리던 노사가 접점을 찾을지 주목된다.
국회 환노위는 지난 7일 ‘사측은 정리해고자 94명을 이날부터 1년 이내에 재고용하고, 근로자의 생계유지를 위해 2,000만원 한도 내에서 생계비를 지원한다’는 내용의 권고안을 조 회장에게 제시했다. 이에 조 회장은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크레인에서 내려오는 조건으로 이를 받아들이겠다”고 답변했다. 김 위원은 276일째(9일 현재)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내 85호 크레인 위에서 고공 농성 중이다.
9일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에 따르면 박상철 금속노조 신임 위원장과 조 회장은 이르면 10일 오후 전격 회동을 가진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권고안을 토대로 교섭을 요청해 왔다”며 “권고안에 대한 해고자들의 견해를 수렴해 교섭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막혔던 협상의 물꼬는 트였으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사측이 지난달 9일 노사간담회에서 ‘2년 내 재고용’ 안을 제시했던 때보다 한발 더 다가선 것은 사실이나, 권고안의 핵심인 ‘1년 내 재고용’의 시점을 놓고 노사 양측의 입장 차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정리해고된 올해 2월14일부터 1년 뒤를 재고용 시점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날(7일)부터 1년 이내’라는 권고안과는 거의 8개월 가량 차이가 나는 셈이다. 노조 관계자는 “94명의 정리해고자들은 이미 8개월이나 실직 상태에 있었던 만큼 교섭을 통해 해고 시점에 대한 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해고자들은 지난달 초 열린 노사정간담회 등 교섭 과정에서 줄곧 ‘정리해고 즉각 철회’를 주장해왔다.
조 회장이 권고안을 받아들이면서 조건으로 내 건 김진숙 위원의 농성 해제 역시 교섭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은 “노사 협상에 진전이 없던 상태에서 사측이 권고안을 받아들인 것은 한발자국 전진한 것이나 크레인 농성 해제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투쟁위원회의 결정에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장기간 파업으로 인한 손실은 또 다시 노사가 짊어지고 가야 하는 만큼 상호 양보를 통해 정상화의 길을 빨리 찾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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