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예술사의 황금시대를 이끈 조선 회화예술의 성찬이 차려진다. 매년 봄·가을에만 개방하는 간송미술관(서울 성북동)의 가을정기전시회 '풍속인물화대전'과 삼성미술관 리움(서울 한남동) 개관 7주년 기념 '조선화원대전'이 그것. 간송은 조선시대의 문화적 흥망성쇠를 풍속화로 보여주고, 리움은 중인이라는 계급 때문에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한 화원들의 작품을 본격적으로 조명한다.
# 삼성미술관 리움의 '조선화원대전'
어진(御眞ㆍ왕의 초상)과 공신의 초상 그리기에서 책에 줄긋는 일까지, 화원들은 붓으로 하는 모든 일을 도맡았다. 그 중 명예와 부를 동시에 안겨준 작업은 어진도사(御眞圖寫) 참여였고, 가장 일이 많았던 것은 지도 제작이었다. 리움의 '조선화원대전'은 화원들의 폭넓은 작업의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첫 공개되는 '동가반차도'는 19세기 후반 고종의 행차를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가로 996㎝에 이르는 거대한 그림에는 붉은색 바탕의 태극기도 눈에 띈다. 손톱 크기의 얼굴들에 다양한 표정을 불어넣은 화원들의 재치도 빛난다. 인물화만큼은 김홍도를 뛰어넘은 이명기의 '오재순 초상'은 화폭에서 걸어나올 듯 생생한 묘사가 돋보인다. '우산(于山), 즉 독도가 그려진 '강원도지도' 역시 흥미롭다.
화원들은 빼어난 필력과 자유로운 사유로 풍속화도 그렸다. 김두량ㆍ김덕하 부자의 '사계산수도'(가로 182cm 세로 7.2cm)에는 벼 타작, 사냥 등 보통사람들의 일상이 세밀한 붓터치로 펼쳐져 있다. 장승업의 '유묘도', 탁월한 고양이 묘사로 '변고양이'로 불린 변상벽의 '묘작도'도 눈길을 끈다.
주요 작품들은 스크린를 통해 스마트폰의 터치패드처럼 그림을 확대해 볼 수 있다. 13일부터 2012년 1월 29일까지. 성인 7,000원. 초중고 4,000원. (02) 2014-6900
# 간송미술관의 '풍속인물화대전'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가 3년 만에 간송미술관에 걸린다. 가지런한 눈썹과 단아한 매무새의 여인은 신윤복의 그림에 종종 등장해 그와 특별한 관계였다는 견해도 있다. '미인도'와 '혜원전신첩(蕙園傳神帖)'에 실린 15점을 비롯해 조선시대의 화가 52명이 그린 인물풍속화 100여점이 한자리에 모였다.
율곡 이이(1536~1584)가 조선성리학을 확립하면서 문화 전반에 조선만의 색깔이 드러나기 시작했는데, 회화도 예외가 아니다. 간송의 '풍속인물화대전'은 이 같은 변화를 풍속화를 통해 보여준다.
낚시꾼과 나무꾼이 산길에서 만나 정겹게 대화하는 장면을 그린 어초문답(漁樵問答). 이명욱의 '어초문답도'와 달리 겸재 정선의 작품에는 나무꾼이 땔감을 운반할 때 사용하던 지게가 처음으로 등장하는데, 그림에 진짜 조선인의 모습이 그려지기 시작했다는 결정적인 단서다.
풍속화에는 그림마다 이야기가 숨쉬고 있어 인물의 시선과 움직임을 통해 장삼이사의 심정을 짐작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나뭇짐을 지게에 지고 소를 탄 시골 소년을 묘사한 단원 김홍도의 '기우부신(騎牛負薪)'과 말 위에서 꾀꼬리 소리를 듣는 젊은 선비의 모습을 담은 '마상청앵(馬上聽鶯)'도 걸려 조선 사람들의 소박한 생활상을 면밀히 살펴볼 수 있다. 16일부터 30일까지. 무료. (02)762-0442
이인선 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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