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은 조건 없는 강제매각 명령이 '법과 원칙에 따른 결정'임을 강조한다. 하지만 적어도 결과적으로만 보면 론스타로선 이미 지분을 인수할 곳이 정해져 있어 전혀 밑질 게 없는 장사를 한 셈이다.
외환은행 노조와 시민단체는 물론 야당인 민주당까지 가세해 "벌(罰)이 아니라 상(賞)"이라며 금융당국의 결정을 강력 비판하는 이유다. 이들은 법적 대응은 물론 국정조사까지 벼르고 있어 그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시민단체 등이 문제 삼는 대목은 크게 두 가지. 우선 시민단체 등은 범법자(외환카드 주가조작 유죄)인 론스타에게 조건 없는 매각명령을 내려 경영권 프리미엄을 챙길 수 있게 한 것은 금융당국의 직무유기라고 지적한다.
'주식 처분을 명할 수 있다'는 똑같은 방식의 포괄적 권한만 부여하고 있는 옛 증권거래법을 적용해 매각 방식 등을 제한한 징벌적 매각명령을 내린 전례가 있는 만큼, 은행법에서도 징벌적 매각명령을 내려야 타당하다는 것이다. "매각 조건을 정해서 명령을 하는 것은 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금융당국의 주장은 책임 회피를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이 론스타의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 해당 여부를 아예 다루지 않은 것도 집중 표적이 되고 있다. 비록 올해 3월 금융위원회가 "론스타는 산업자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지만, 그 뒤에 론스타가 일본 내 골프장 관리회사를 운영한 사실이 드러나는 등 의혹이 제기되면서 금융감독원이 재조사에 착수했다. 그런데 재조사 결과는 내놓지 않은 채 먼저 강제매각 명령을 내려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외환은행 되찾기 범국민운동본부'는 18일 론스타가 2003년 금융당국에서 외환은행 주식 취득을 승인 받은 뒤 펀드 투자자를 변경해 산업자본에 해당됐지만, 금융당국이 대주주 자격 여부를 재심사하지 않아 8년 넘게 불법적인 의결권을 행사해 왔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 참에 은행 대주주 자격 심사 조항과 매각명령 조항 등을 현실성 있게 다듬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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