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 조계종 제14교구 본사인 부산 범어사 주지 선출을 위한 산중총회(2월 27일)를 앞두고 돈 봉투가 살포되는 등 금권선거 양상을 빚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은 뒤늦게 후보들에게 각서를 받은 데 이어 25일 경고 담화문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이미 건넨 돈은 문제 삼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또 다른 논란이 일 전망이다.
24일 불교계에 따르면 4년 임기의 범어사 주지를 뽑기 위한 산중총회를 앞두고 투표권을 가진 370명의 스님 중 상당수가 주지 후보들로부터 기도비ㆍ대중공양 등의 명목으로 각각 50만~3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불교계 관계자는 "범어사 주지 선거와 관련해 A후보가 (투표권자 1인 당) 300만원, B후보는 200만원, C후보는 100만원을 뿌렸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도 "지난 19일 충북 지역의 한 선방(禪房)에 주지 후보의 측근이 찾아와 대중공양 명목으로 투표권을 가진 스님들에게 300만원씩을 건넸다"고 말했다.
산중총회에는 전국 각지의 스님들이 참석하기 때문에 후보들이 그 동안 '여비' 명목으로 수십 만원씩 더러 건넸어도 크게 문제삼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경쟁적으로 금품 살포가 이뤄지며 액수가 커져 논란이 빚어졌다. 범어사 주지 선거는 아직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으나, 원정, 상운, 범산, 수불, 경선 스님 등 5명이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잡음이 확산되자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지난 16일 서울 견지동 총무원장실로 후보들을 불러 각서를 받았다. 이 자리에는 원정, 상운, 범산, 수불 스님 등 4명의 후보가 참석했고, 종회의장 보선과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범여, 호법부장 혜오,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장 도법 스님 등이 배석했다. 각서는 '범어사 산중총회와 관련해 중앙종회의원 선거법을 준수하고, 위반 시 승려법에 따른 어떠한 조치에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 조계종 승려법 48조 8항에 따르면 산중총회 등에서 금품을 주고 받을 경우 공권(승려 자격) 정지 3~5년에 처한다.
조계종은 또 25일 호법부 명의로 "불법 선거운동이나 승가의 위상을 실추시키는 행위 등은 모든 수단을 강구해 엄단할 것"이라는 내용의 경고 담화문을 발표하기로 했다.
자승 총무원장은 각서를 받는 자리에서 "돈을 뿌린 후보는 당선되더라도 철저히 조사해 징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총무원측이 이미 건넨 돈과 투표권을 가진 스님들에게 여비로 후보당 100만원까지 주는 것은 묵인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내용이 사실이 드러날 경우 '돈 봉투' 논란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조계종은 올해 법주사를 비롯, 은해사, 직지사의 주지 선출을 위한 산중총회를 잇따라 연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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